'2017 은퇴' 이승엽·이호준, 마지막 시즌의 뜨거운 동행

[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이승엽(41·삼성)과 이호준(41·NC), 비슷한 시기 함께 데뷔한 두 베테랑들이 현역 생활 마무리까지 함께하게 됐다. 2017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예고한 둘은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먼저 은퇴 선언을 한 쪽은 이승엽이다. 지난 2015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취득한 이승엽은 ‘2년 총액 36억원’에 잔류를 선택했다. 그 뒤 “선수로서 마지막을 삼성에서 보내게 돼 행복하다”며 2017년을 자신의 현역 마지막 해로 못박았다. 2016시즌 142경기 타율 0.303 27홈런 118타점이라는 호성적을 받아든 후에도 번복은 없었다.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이런 이승엽의 모습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이호준에게 누구보다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미 은퇴 시기를 염두에 뒀던 까닭에 이호준은 이번 오프시즌 다시 얻은 FA 기회도 행사하지 않았던 터였다. 마침 개인 훈련 차 방문한 미국 하와이에서 이승엽을 만나 진로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이 결심을 세운 계기가 됐다. 지난 16일 구단 신년회를 앞두고 은퇴를 공식 발표한 이호준은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94년 해태, 1995년 삼성의 유니폼을 입으며 각각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호준과 이승엽은 서로 다른 유형의 선수 시절을 보냈다. 이승엽의 경우, ‘국민타자’의 칭호를 받으며 최고의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홈런왕' 타이틀만 5번이나 거머쥔데다, 일본프로야구까지 진출해서도 성공적인 8년을 보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 삼성에 머무르며 15년째 원팀맨으로 남았다.

반면 이호준은 투수로 입단했다가 타자로 전향해 가까스로 빛을 본 케이스다.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적도 있었고, 슬럼프가 길어지며 입지가 좁아진 적도 있었다. 타이틀은 2004년 타점왕(112점)이 유일하다. 하지만 해태, SK, NC 등 다양한 팀을 거치며 꾸준히 제몫을 다해온 살림꾼이다.

마지막 시즌을 앞뒀지만 둘의 열정은 더욱 뜨겁다. 이승엽은 지명타자가 아닌 1루수로 복귀를 선언하며 “40대 선수 최초로 30홈런을 때려내겠다”는 목표를 공언해놨다. 이호준은 “우타자 최다 홈런 기록(340홈런) 만큼은 넘고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상태다. 둘은 각 구단이 은퇴식을 준비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시즌 원정 경기를 다니면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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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 이승엽, NC 이호준(왼쪽부터)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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