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전주 '얼굴 없는 천사', 17년째 계속된 선행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희망을 선물했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28일 "오전 11시 8분께 성금 기부를 알리는 50대 추정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으며 그가 말한 현장에서 A4용지 박스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 3∼4명이 급히 달려나가 남성이 알려준 주민센터 뒤 천사공원 내 숲을 살펴보니 A4복사 용지 박스가 놓여있었다고 전했다. 익명의 기부자는 "주민센터 뒤 공원에 돈을 놓았으니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달라"는 말만 하고 다급히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 안에는 지폐와 동전을 합쳐 5천21만7천940원이 들어있었다. 안쪽에는 또 "소녀소녀 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였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의 쪽지도 함께 있었다.

동사무소 직원들은 지난해와 같은 모양의 A4용지 박스인 데다 그가 남긴 메시지 내용 등을 볼 때 지난해에도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와 동일 인물로 확신하고 있다.

이번을 포함해 그가 2000년부터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총 4억9천785만9600원. 그간 그의 선행이 알려지며 전국민의 관심을 모아왔지만, 얼굴 없는 천사의 신분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전주시는 이 같은 그의 선행을 기려 2009년 노송주민센터 옆에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천사비를 세우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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