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리더십, 그 정체는=부임 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당연히 리더십에 대한 질문은 단골메뉴다. 그런데 정작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평가도 있었고, ‘밀당’ 리더십이라는 말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언론에서 뭐라고 하시던데, 그냥 성적이 좋으니 좋게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조금 더 얘기를 나눠보면 스타일이 드러난다. 김 감독은 “편하게 해줄 때는 해주고, 야단을 칠 때는 친다, 그러고 보니 그게 밀당인가”라고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기본을 중시한다. 프로 선수에게 기본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아닌 팀플레이다. 모두가 상식을 지키고 기본을 지키면 ‘노터치’. 하지만 선을 넘으면 카리스마형으로 돌변한다. 김 감독은 부임 후 딱 한차례 집합 후 야단을 친 적이 있는데, 모 선수가 피곤하다고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했을 때다. 김 감독은 “아프지도 않은데 피곤하다고 쉰다면 단체가 흔들린다. 선수는 당연히 전경기를 뛰겠다는 생각을 해야한다”며 “그런 부분은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여우’라는 평가에 김 감독은 “아무 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는 듯하다가도 단기전에서 전혀 다른 게임운영과 승부를 던지는 모습에 그런 말을 해주시는 것 같다”며 “좋은 얘기니 기분은 좋다”고 살짝 웃었다.
◆탐나는 FA요? 어디보자=FA 잔류 및 영입은 프런트의 몫이다. 김태형 감독도 집토끼 김재호와 이현승의 잔류여부에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 두 선수가 중심전력임은 확언했다. 유격수이자 주장 김재호에 대해선 “내야의 중심”이라고 했고, 좌완 마무리 이현승에 대해선 “투수의 중심”이라고 한 마디로 표현했다. 기량은 물론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보유한 그들이다. 감독이 잔류를 원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외부 FA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김 감독은 딱히 원하는 선수가 없어보였다.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최형우, 황재균 등 FA를 선언한 ‘빅5’ 중 원하는 선수를 물어도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음, 투수로 하면 5선발감을 영입하면 좋겠다”고 툭 던졌다. 이는 현재 보유한 두산 전력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있는 까닭이다. 김 감독은 “타자는 별로 필요없다. 사실 타선에서는 아쉬운 게 없다”고 웃었다. ‘최형우의 굴욕’이다.
결국 현 두산의 약점은 5선발 하나라는 의미다. 이용찬의 선발전환 계획에 대해 김 감독은 “아직 그 생각은 안하고 있다. 팔상태도 봐야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이용찬은 지난 10일 오후 팔꿈치뼛조각 수술을 결정하고 15일 수술대에 오른다. WBC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올랐지만 이조차 어려워졌다. 내년 시즌 선발구상계획은 사실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된 셈이다.)
두산은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구성한 리그 정상급 4인 선발을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판타스틱4’다. 기존 보유한 많은 자원 중 1명만 선발로 눈을 뜬다면 ‘판타스틱5’를 만들 수 있다. 김 감독은 “그게 하루 아침에 되겠느냐”며 5선발 발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성흔, 또 진야곱…속상한 두 이름=아픈 이름이 있다. 우선 후배 홍성흔(40)이다. 올해 4년 FA 계약이 끝났고, 구단은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홍성흔은 현역생활에 미련이 있다. 구단은 홍성흔의 현역의지가 강하다면 자유롭게 풀어줄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이 아쉽다. 아무리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고 해도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인생을 위해 성실히 준비해야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사실 내년 구상에 성흔이는 없다. 본인이 선택해야할 상황인데, 은퇴한다고 또 당연히 코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안 된다”며 “진지하게 1년 정도 코치 연수를 받은 뒤에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홍성흔이 제로베이스에서 지도자의 마인드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
또 한 명은 진야곱이다. 5년 전 불법스포츠도박 혐의가 불거져 팀에 상처를 안겼다. 김 감독은 “속상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때는 호기심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평생의 굴레가 됐다”며 “그 소식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엔트리에서 뺐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베어스 야구는 ○○○ 야구다=김 감독은 전신인 OB시절부터 은퇴할 때까지 두산에서 뛴 원팀맨이다. 물론 2012∼2014시즌 SK에서 배터리코치 생활을 했지만 잠시의 외도였다. 두산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야구인이고, 감독이다. 김 감독에게 베어스 야구에 대해 물었다. 과거 두산은 ‘허슬두’를 내걸며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팀컬러를 만들어왔다. 허슬두는 아직도 여전한 두산의 색깔이다.
정작 김 감독은 아니라고 한다. 프로의 세계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세계, 열심히 하더라도 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각 팀마다 무슨 야구, 무슨 야구라며 열심히 한다. 다 최선을 다한다”며 “하지만 이겨야한다. 이겨야 즐겁다. 이기는 야구가 베어스 야구고 즐거운 야구”라고 정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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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태형 감독이 스포츠월드 사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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