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의 ‘2016 아시아 발리볼 컨페더레이션(AVC)컵’ 도전이 끝났다. 6전 6패. 7∼8위 결정전에서 베트남에 패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애초 무리였던 도전이다. 아시아 경쟁국이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1.5군 대표팀이 대거 참가했지만, 한국은 선수 차출에 애를 먹으며 고등학생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국가대표팀이 6일 훈련 후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전무후무한 일까지 발생했다. 대표팀 멤버 중 풀타임 경기를 뛰어본 선수가 손에 꼽혔으며, 심지어 국제대회에서 활용하는 마카사 배구공을 만져본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한국 배구는 스타 배구공을 사용한다) 실력 차이가 분명했고, 최하위는 이미 예견했던 결과이다. 때문에 그 어떤 지도자도 이번 대표팀 코칭스태프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 인선에 늦어지며 혼란을 겪은 것도 이번 대회 참사에 한 몫 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팀 지도자에 적극 지원한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여자배구 레전드’ 장윤희 코치이다. 스포츠월드가 베트남 현지에서 장윤희 코치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안정된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다.
장 코치는 이번 대회를 경험하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대표팀의 부진 때문이 아니다. 이번 AVC컵 전패는 선수들의 잘못이기보다는 한국 여자 배구의 엉성한 시스템이 낳은 슬픈 자화상이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태국, 카자흐스탄, 베트남 배구의 성장이었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이번 대회 2위에 오르는 저력을 선보였다. 장신에 조직력을 앞세운 배구를 선보이며 세계 최강 중국을 괴롭혔다. 장 코치는 “아시아 배구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배구계의 흐름을 읽어왔지만, 지도자로 대회에 참가해서 직접 지켜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더라. 지난해 23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경험하면서 한국 여자배구의 위기가 피부로 직접 와닿았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코치는 “사실 현재 세계배구의 흐름은 과거에 우리가 했던 배구이다.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조직력과 빠른 배구로 이룬 쾌거였다. 리시브를 하고 빠르게 공격으로 이동하는 움직임과 동선 파악, 잔발 스텝, 상대 공격수 자세만 보고 스파이크 구질과 방향 예측 등을 수없이 많이 훈련했다. 세계 배구 역시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한국 여자배구는 그런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초등학교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나부터 반성하고 있다”며 “현재 유·청소년 배구는 공격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가 크고 공격만 잘하면 일단 프로에 갈 수 있다. 프로에 가서도 외국인선수가 있으니깐 리베로에게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장 코치는 “리시브 능력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피나는 노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김연경이 대단한 선수인 것은 리시브 능력에 있다. 리시브를 하고 바로 공격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좋다. 현재 시스템에서 정확한 리시브와 동시에 공격으로 이동할 줄 아는 선수가 몇일까”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키 작은 선수도 충분히 좋은 공격을 할 수 있다. 키 큰 선수도 충분히 좋은 수비를 할 수 있다. 선수, 지도자뿐만 아니라 배구인 모두가 노력해서, 한국 배구가 다시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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