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탄은 ‘명사수’ 진종오가 격발했다. 단 두 발로 소름 돋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사격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11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치른 ‘2016 브라질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193.7점을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진종오는 50m 권총에서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사격 3관왕은 전 세계에서 진종오가 유일하다. 그는 올림픽에서 총 6개(금4, 은2)의 메달을 수확하며 ‘양궁 여신’ 김수녕(금4·은1·동1)이 보유한 한국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승부는 요즘 말로 ‘심장이 쫄깃쫄깃했던’ 명승부였다. 최종 4발을 남겨둘 때까지, 선두 호앙 쑤안 빈(베트남)에 2.3점 차로 뒤졌다. 쑤안 빈은 10m 공기권총에서 진종오의 2연패를 앗아가며 정상에 오른 경쟁자였다. 특히 9번째 격발에서 6.6점이라는 최악의 한 발을 남긴 진종오에게 사실상 희망은 없었다.
그러나 진종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빨간 신발을 신은 두 발은 사선 위에서 다시 한 번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명중 행진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경기 직후 “3연패에 대한 중압갑, 부담감이 정신·신체적으로 참 힘들게 했다”며 “어느 메달보다 무겁고 값지다”고 설명했다.
진종오의 숨겨진 금메달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빨간색 역도화였다. 그는 “사격 선수들이 하체를 안정시키기 위해 역도화를 신는다.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나이가 들면 빨간색이 좋아진다. (웃음) 좀 더 강해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빨간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빨간 신발의 신화는 리우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의 브라질리아에서도 이어졌다. 주인공은 권창훈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권창훈은 마네 가힌샤 주경기장에서 치른 멕시코와의 본선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후반 32분 왼발 대포알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신태용호는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2회 연속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조별리그 2승1무의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진입한 신태용호는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인 권창훈 역시 빨간색 축구화를 착용했다. 사실 털털한 성격의 권창훈은 색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붉은 악마’로 불리는 한국 대표팀의 붉은 유니폼 색깔과 가장 잘 어울리는 빨간 축구화를 선택했다. 그리그 그 빨간 축구화는 이번 대회 3경기에서 3골을 선사했다.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 ‘장화신은 고양이’의 주인공 고양이는 빨간 장화를 신고 기지와 재치로 역경을 뚫고 행복을 찾아갔다. 단순히 빨간 운동화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올림픽 무대에 나선 그들의 발에는 4년간의 간절한 꿈과 희망 그리고 굵은 땀방울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들의 빨간 운동화는 스포츠 역사에 발자국을 남겼고,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설명
1. 진종오가 11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치른 ‘2016 브라질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193.7점을 기록하며 정상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 / 리우 = 김용학 기자
2. 사격 진종오의 빨간 역도화(왼쪽)와 축구 권창훈의 빨간 축구화 / 리우 = 김용학 기자
3. 권창훈이 11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주경기장에서 치른 멕시코와의 본선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후반 32분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 브라질리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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