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도심 속 피서지’라 부를 만하다. 신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 받고 있는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 얘기다. 거센 장마 빗줄기와 한여름 폭염에도 끄떡 없다. 모자와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부채와 간이 선풍기로 땀을 식혔던 여름철 야구장 풍경은 사라졌다. 시즌 초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가 “장마철 및 여름 시즌에 고척돔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적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어컨은 고척돔의 힘
KBO리그 두산-넥센전이 열린 28일 고척돔. 경기 1시간30분 전인 오후 5시경 더그아웃 온도계는 섭씨 2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구장 밖 섭씨 33도에 육박하는 한여름 폭염과는 대조적 모습. 여름철 실내온도는 섭씨 25~28도로 맞추기로 했다는 게 고척돔을 관리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측 설명으로, 관중 입장시간인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냉방을 가동해 경기 시작 즈음에는 시원함이 무르익는다.
원리는 이렇다. 대형 냉온수기 3대가 만들어낸 9∼11도의 냉기를 관중석 뒤쪽에 위치한 총 14개(내야 10개·외야 4개)의 공기조화기가 내뿜는다. 이어 수십개의 공기 출구(디퓨저)를 통해 관중석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연면적 8만3476㎡(2만5295평)로 규모가 큰 만큼 비용이 걱정되지만 생각보다 저렴하다. 전기 대신 에너지 효율이 좋은 도시가스를 이용하기 때문. 특히 여름철 도시가스 할인의 덕도 컸다.
▲관중 증가 효과로 이어져
거센 장마 빗줄기도 문제 없다. KBO리그 KIA-넥센전이 열린 지난 1일 고척돔은 여름 피서지로 적합한 이유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날은 전국에 내린 장맛비로 인해 오직 고척돔에서만 경기가 진행됐다. 밖에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전혀 습한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는 냉방을 통해 제습 기능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이벤트는 덤이다. 이날 경기 후 팬들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는데, ‘히어로즈 클럽파티’가 준비됐기 때문. 암전 상태에서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비트 소리가 고척돔에 울려 퍼지자 팬들은 ‘한여름 밤의 파티’를 즐겼다.
‘고척돔 효과’는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 올 시즌 고척돔을 찾은 야구팬들은 28일 기준 54만8423명에 이른다. 지난해 목동구장 시절 31만3550명과 비교하면 약 1.75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가족과 함께 고척돔을 찾은 야구팬 강혜선(32)씨는 “‘비오는 고척돔’을 찾았는데, 막상 들어오면 그냥 선선한 날씨에 쾌적한 느낌”이라며 “도심 속 피서지로 제격”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넥센 선수들도 고척돔 효과
고척돔 효과는 선수들에게도 적용된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 넥센 내야수 김하성은 “여름 시즌 한낮 땡볕 아래서 훈련을 하면 체력 소모가 컸는데, 아무래도 고척돔에서는 체력 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한여름 체력을 아껴서일까. 넥센의 고척돔 어드밴티지는 성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28일 기준 홈 경기에서 31승20패로 순항 중이다. 특히 무더위가 시작된 6월 이후 홈에서 16승7패(6월 9승5패·7월 9승3패)로 안방에서 지속적 강세다. 이에 염경엽 넥센 감독은 “한여름 무더운 날씨에서는 몸을 푸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는데, 에어컨이 가동되는 고척돔은 선수들에게 큰 축복”이라고 긍정의 목소리를 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타 팀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8∼10일 고척돔 넥센전을 치른 김경문 NC 감독은 “여름 시즌 선수들이 시원한 환경에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이라며 “선수들이 한여름에 훈련하고도 덜 지치는 등, 넥센은 고척돔 효과를 엄청 본다”고 부러움을 표했다. jjay@sportsworldi.com
사진설명
1. 지난 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KIA-넥센전이 매진을 기록한 가운데, 수많은 야구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OSEN
2. 지난 15∼16일 ‘2016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이 열린 고척 스카이돔 외부 전경. 사진=OSEN
3. 지난 1일 열린 ‘히어로즈 클럽파티’ 모습.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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