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일본 기업? 악화된 여론 신영자 동정론으로까지

[한준호 기자] ‘검찰 수사가 문제? 아니 등 돌린 여론이 더 무섭다!’

롯데그룹이 오너 일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전격 구속 등 검찰의 전방위 압박수사로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완전히 돌아선 여론이다.

최근 롯데 관련 뉴스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심상치가 않다. 이미 지난해 불거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얻게 된 부정적 이미지가 이번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악화되는 분위기다.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면 여론이 들끓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들끓던 여론도 잠잠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이 부정적 이미지로 연결되면서 굳어지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롯데그룹이 딱 그런 경우다. 시작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6)의 장남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2014년 말부터 본격화하면서부터였다.

형제간 이전투구 와중에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고, 롯데그룹의 수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롯데는 일본 기업 또는 매국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생겨났다. ‘롯데그룹이 사실상 지분 구조상 일본 그룹이나 다름 없다’거나 ‘롯데는 그런데도 일본보다 한국에서 돈을 더 많이 번다’ 등의 인식이 국민들에게 확고해졌다. 최근 롯데그룹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같은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합법적인 일본기업. 왜 내수시장까지 일본에 내줘야 하는가? 역사왜곡에 피해의식을 가지기 전에 내수시장부터 챙겨야 합니다” “한국롯데는 일본롯데랑 전혀 상관없는 기업이라고 발뺌하던 놈들이 일본가서 경영권 쌈하는거 보면 가관이다” “그러니까 쉽게 롯데=일본기업. 머리는 일본에 있고 몸뚱이는 한국에 있어서 한국시장에서 영양분 쪽쪽 빨아먹고 그걸 일본에 가져다 준다는거지”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일본 기업’이라는 국민의 인식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벌어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신 회장 등 현 롯데그룹 경영진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신 이사장에 대해서는 미묘한 동정 여론이 생겨날 정도다. 신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고 노순화 씨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다. 신 총괄회장의 2세 자녀들 중 첫 째인데, 남동생들에게 밀려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 중 7일 처음으로 구속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결혼한 둘째 부인 시게미쓰 하스코 여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이다. 신 이사장은 유통업계 여걸 혹은 대모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그룹의 총수가 된 이후, 2012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으로 물러났다. 이 때문에 그룹 오너 일가 중 순수 한국인 핏줄인데다 그룹에 공이 많음에도 구속수감되기까지 한 신 이사장의 처지를 동정하는 여론까지 나타났다. 누리꾼들은 “두고보면 드러나겠지만 롯데 내부에서 아키오(신동빈 회장의 일본 명)를 살리고 한국누이 신영자를 희생시키기로 했단 얘기가 파다함” “신영자라면 통곡할만하지. 창업때부터 키워준 롯데 임원들은 모조리 배신때렸고 이들이 신영자가 대형로펌은 일체 못쓰도록 봉쇄해버렸고 그룹 다 뺏겨 몸불편한 아들 위해 만든 백프로 가족회사에서 딸들이 월급 타간 걸 검찰은 횡령이라 몰아세우며 구속하려드니.” “억울하겠지. 일본 남동생들한테 계열사 180개 모조리 뺏기고 죄는 혼자 독박쓰고 들어가는데. 한국 롯데는 신영자 하나 온전히 희생양으로 바치려는거 같던데.” 등 신 이사장의 억울한 상황을 변호하는 듯한 댓글들이 많다. 물론, 자신의 자녀들에게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쥐어준 행동을 비판하는 댓글도 있다. 그러나 이런 댓글이 나올 정도면, 롯데그룹에게 등 돌린 싸늘한 국민 여론과 고착화 된 부정적 이미지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 와중에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신 전부회장은 일본 매체들을 상대로 동생인 신 회장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한 중소 식품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유모 씨(40)는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인물이 한국 재계서열 5위 그룹의 수장이라는 것은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아무리 힘들고 절박한 상황이어도 기업이 신뢰와 이미지를 동시에 잃으면 재기가 힘들다. 롯데가 지금 그런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금 당장의 위기는 검찰 수사겠지만 롯데그룹의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와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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