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이준형·임찬규, 당당히 증명한 '선발의 자격'

[스포츠월드=인천 박인철 기자] “충분히 잘 싸웠다.”

지난 9일 인천 SK전에 ‘1+1’ 전략으로 등판한 이준형과 임찬규(이상 LG)의 피칭 내용을 두고 양상문 LG 감독이 남긴 소감이다. 우선 이준형은 선발로 나와 4이닝 3볼넷 3피안타(2홈런) 3실점을 기록했다. 초반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1회 조동화 김성현에 연속 볼넷, 이어 최정에 안타를 맞고 실점, 3회에는 최정-정의윤에 백투백 홈런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2회와 4회에는 낮게 제구가 잘 형성되며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임찬규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8회 김성현에 실투가 나오며 홈런을 맞았을 뿐, 전체적으로 낮은 커브와 코너웍이 잘된 직구로 삼진을 5개나 잡았다. 특유의 와일드한 투구폼으로 과감하게 타자에 덤볐다.

양상문 감독도 젊은 투수들의 시즌 첫 등판에 만족한 기색이었다. 10일 인천에서 열리는 SK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양상문 감독은 “첫 등판치고 괜찮았다. 힘차게 던져서 만족한다. 아직 코플랜드와 봉중근의 선발 복귀 일정이 잡히지 않았기에 두 선수에 계속 기회를 주려 한다. 더 잘해줄 것”이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두 선수의 소감은 어땠을까. 이준형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4이닝 3실점은 개인적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서 “언제 다시 등판할지 모르겠지만 자신감은 좀 생겼다. 1군에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다. 더 잘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울컥했다. 벅차오르더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등판은 지난 2013년 8월18일 군산 KIA전 이후 무려 965일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은 것이었다. 그는 “신인 때 생각이 났다. 그때는 제구도 잘 안됐는데 무턱대고 던지기만 했다. 이제는 제구가 좀 잡혀서 고무적이다. 코칭스태프도 생각보다 페이스가 빠르다며 점점 좋아질 거라 하더라. 스스로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LG는 우규민 류제국 외에 뚜렷한 토종 선발이 없어 고심이었다. 김광삼 장진용 임정우 임지섭 등 많은 선수들에 기회를 줬지만 확실히 잡은 투수는 없었다. 이준형과 임찬규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쳐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희망’을 뿌렸다. 당당히 ‘선발의 자격’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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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왼쪽) 임찬규 사진=LG 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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