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tvN의 코믹가족극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오는 8일 방송되는 17회부터 1994년으로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덕선(혜리),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선우(고경표)가 실제 대학에 들어간 모습으로 나올 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정환의 형인 정봉과 덕선의 언니인 보라(류혜영), 동생 노을(최성원)이 각기 목표한 바도 이룰 것인 지 역시 관심사다. 여기에 덕선의 친구들인 미옥(이민지)과 자현(이세형)의 1994년 근황과 ‘응답하라 1994’의 주역인 정우의 카메오 출연도 예정돼 있어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덕선, 정환, 택, 선우는 1989년 고3인 설정이어서 1990학년도 대학입시에 응시하게 된다. 현재와는 전혀 다른 입시 체계였기에 그 당시 수험생들의 모습 역시 궁금증이 인다.

학력고사는 필기시험 320점에 체력장 20점을 합해 34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1987학년도까지는 먼저 학력고사를 치르고 나온 점수로 대학을 지원(선시험 후지원)했다. 그러나 수험생의 가족들까지 나서 지원율이 낮은 대학과 학과를 찾기 위한 일명 ‘눈치작전’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지자 1988학년도부터 먼저 대학을 정하고 학력고사를 봤다(선지원 후시험). 그러나 여전히 ‘눈치작전’은 사라지지 않았고 고득점을 해도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부조리가 횡행하기도 했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지금의 가나다 군 비슷하게 전기와 후기로 나눠져 있었다. 특히, 선지원 후시험제 실시로 학력고사가 12월과 이듬해 1월 두 차례 시행됐다. 보통 전기 시험이 후기 시험보다 어려웠고 일부 대학에서는 전기로 들어온 학생들과 후기로 들어온 학생들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요즘 수시와 정시로 각기 들어온 대학생들이 서로를 헐뜯는 분위기가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가령, 후기군 대학 중 가장 점수가 높은 S 대학의 경우, 전기파와 후기파가 서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후기파가 전기에서는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에 응시했다는 우월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전기파 역시 후기파의 이러한 우월감에 반발하면서 사이가 안좋은 경우가 보이기도 했다.
학력고사는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1994학년도부터 실시)이 나오기 전까지 1980년대 내내 고등학생들과 중학생들까지 입시지옥으로 몰아넣는 만악의 근원이었다. 중고등학교 시험들은 모두 학력고사 스타일로 4지 선다형의 객관식이었고 수업 역시 암기 위주로 진행됐다. 국사를 예로 들면, 학력고사의 시험 패턴을 파악한 교사들이 시험에 꼭 나오는 역사적 사건들의 앞글자만 따서 외우게 했다. 또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고 싫어했던 과목인 수학의 경우, 교사들은 일본 대학입시 문제에서 비슷한 유형이 학력고사에서 많이 출제된다는 점에 착안해 일본 수학문제만 패턴 형식으로 외우게 하기도 했다. 이런 교사들이 학교든, 학원이든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또 학력고사 당일에는 각 고등학교의 1학년과 2학년 학생회 간부들이나 동아리 후배들이 시험이 치러지는 대학을 나눠서 새벽부터 응원전에 돌입하기도 했다. 해당 고등학교의 교가부터 따뜻한 커피 서비스까지 다양한 응원전이 경쟁적으로 펼쳐졌다.
이처럼 요즘과 같은 듯 다른 입시 문화 속에서 대학 입학을 준비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과연 ‘응팔’의 주역들은 네 개의 답안을 잘 골라 합격 가능성을 높일 대학과 학과를 잘 선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0부작인 ‘응팔’은 오는 8일 17화 ‘인생이란 아이러니 - Ⅱ편’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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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포스터
사진=1988년 12월 성균관대학교 합격자 발표 당일 풍경. 세계일보DB
1992년 12월 연세대학교 학력고사 당일 정문 풍경, 세계일보DB
tvN ‘응답하라 1988’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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