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정말 모든 게 괜찮았을까… '에브리띵 윌 비 파인'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정말 모든 것이 다 괜찮아 질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난 뒤 많은 생각이 든다. ‘죄책감’이란 단어의 본질, 그리고 타인의 경험과 고통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용해도 되느냐는 묵직한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보면 볼수록 답답하지만, 이 또한 현실이다. 그런 아이러니하면서도 지독한 현실을 살고 있는 한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나왔다. 바로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이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고를 경험한 후 운명이 뒤바뀐 이들의 삶의 궤도를 압도적 연출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담아낸 작품. 세계적 배우 제임스 프랑코, 레이첼 맥아담스, 샬롯 갱스부르가 출연, 비극적 사고 이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이겨내는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여기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참여해 휘몰아치는 심포니로 드라마의 깊이를 더했다.

영화는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 내리는 길목, 그곳에서 소설가 토마스(제임스 프랑코)는 니콜라스란 한 아이를 교통사고로 죽게 만든다. 처음엔 그의 형인 크리스토퍼의 모습만 보고 별 일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그의 동생인 니콜라스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토마스는 죄책감에 휩싸여 아내 사라(레이첼 맥아담스)를 등한시 한 채 자살시도도 하고, 한동안 은둔생활도 하려고 하지만 쉽게 예전의 삶을 찾기란 쉽지 않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때 그 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하는 토마스. 하지만 그렇게 토마스는 죽은 니콜라스의 어머니인 케이트(샬롯 갱스부르), 그의 형인 크리스토퍼,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싶은 소박한 꿈을 꿨던 아내 사라(레이첼 맥아담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반면 토마스는 그때의 경험을 자신의 소설에 차용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소설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다. 그의 영향으로 삶이 바뀌어버린 사람들, 반대로 인생역전을 맞은 토마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토마스와 주변인들의 삶은 이미 답이 사라진지 오래다.

영화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어쩌면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명확한 설명조차 없고, 심지어 사고 이후 토마스의 삶의 변화가 달갑지 않게 느껴진다. 심지어 세월의 흐름도 훌쩍 훌쩍 넘어간다. 누군가 토마스를 향해 욕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 또한 쉽게 등장하지 않는다. 토마스 본인 또한 답답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고 아예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있을 법한 삶의 모습이다. 또 죄책감이란 단어에 다각도로 접근한다. 그러면서 빔 벤더스 감독은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이 아닌, ‘윌 에브리띵 비 파인?(Will everything be fine?)’이라고.

그 중심에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있었다. 먼저 토마스 역을 소화한 제임스 프랑코는 복잡한 감정을 얼굴에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내면연기를 살 떨리게 선보였고, 아내 사라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와 용서를 원하는 아이의 엄마 케이트 역의 샬롯 갱스부르는 각기 다른 감정선으로 토마스에게 접근하며 연기의 각을 세웠다. 여기에 아름다운 사계절 미장센과 감각적인 영상미가 더해져, 배우들의 연기를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냈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의 결말은 정해져있지 않다. 아마도 빔 벤더스 감독도 딱히 결말을 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관객들의 몫이 큰, 영화를 보고난 뒤 생각해야 할 게 많은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제65회 베를린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12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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