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갓 오브 하이스쿨' 박용제 작가가 말하는 웹툰 세계

[스포츠월드=윤정한 기자]  인기 웹툰 작가와 팬들의 만남이 성사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 웹툰이 1000회 연재를 맞이해 자축행사가 열리는 등 만화업계에서 훈풍이 불어온다. 단행본에서 온라인 시대로 노선을 갈아탄 업계가 5년 새 모바일 플랫폼을 필두로 빠른 성장세를 거두면서 비즈니스 모델로도 손색없는 입김을 과시하고 있다. 이미 대중문화산업의 중심에서 원소스멀티유즈(이하 OSMU)를 기반으로 황무지를 개척한 선구자들도 여럿 눈에 띄는데, 매주 금요일이면 팬들을 가슴 뛰게 만드는 ‘갓 오브 하이스쿨(이하 갓오하)’의 박용제 작가도 그 중 한 명이다.

 박 작가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와지트’에서 갈라쇼를 열었다. 윤태호, 강풀, 강도하 등 1세대 웹툰 작가들보다 후발주자지만 자립적인 족적을 남겨 온 그는 ‘학원물’이란 전통 기법을 사용, 자신만의 색감으로 스토리를 입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엔 ‘2015 대한민국 문화콘텐츠대상-만화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날 갈라쇼 1부 팬들과의 만남 행사에선 대통령상 수상 축하선물 전달, 작가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작가에게 직접 답변을 듣는 Q&A, ‘갓 오브 하이스쿨‘ 퀴즈쇼, 팬사인회 등 박용제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2부에선 액션 연출 노하우를 살린 박 작가만의 레슨이 공유됐다. 작가지망생 등 수강생들은 사전에 와지트로 개인작품을 보내 이를 점검, 개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수강생은 “박용제 작가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직접 답변 받을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는 작가들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내비치는 기존 행사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김병헌 지식하우스 대표는 “부천만화축제나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이뤄지는 행사 등을 제외하면 작가들이 팬들과 만날 접점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성공이 담보된 시장이 이제서야 수면 위로 부상한다고 말한다. 전병도 콘텐츠코리아 대표이사는 “전통적인 만화산업이 모바일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유효했고, 지금 세대와 맞는 함축성이 스낵컬처(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트렌드)의 소구층에게 들어맞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크프루트 등 해외도서전에 가도 인기가 많을 정도로 만화산업의 비전이 밝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또 “현재 추세에 걸맞기 때문에 드라마 등 파생 상품에 접목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정보홍수 속에서 변화를 캐치하는 눈이 커져야 발전할 수 있다. 개발자 양성, 판권, 인프라 순환구조 등 부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을 순 있겠으나 전망이 밝아 보이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갈라쇼 현장에서 박용제 작가와 나눈 이야기(팬들 질문 일부 포함). 

-갈라쇼 현장에 팬들이 많이 모였다.

 “스포츠스타가 하는 갈라쇼에 나선다니 얼떨떨하다.(웃음) 웹툰과 캐릭터가 인기가 많은 거라 이 자리에 서도 되나 싶지만 팬들과 예비 작가들을 만나는 건 항상 반갑고 감사하다”

-박 작가를 시작으로 여러 작가들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여러 작가들도 쟁쟁한데, 첫 타자로 나서서 잘해야 다음 작가들도 잘 할 수 있다. 이걸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

-‘웹툰 3대장’이란 칭호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웹툰이 모바일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외모지상주의’ ‘연예혁명’ 등 쟁쟁한 작품이 많아서 3대장이라 하기엔 부끄럽다.(웃음) 과거에 불린 적이 있지만 그때도 사실 과한 표현이라 생각했고, 다른 작가들이 이 자리를 차지할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기분은 매우 좋다”

-‘갓오하’가 문화산업의 기본 전략인 OSMU의 표본이라 불린다. 

 “이전부터 OSMU를 위해 영화 쪽에서 먼저 강풀, 윤태호 선배 작가들의 모델이 있어왔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본다. ‘갓오하’는 특이하게 게임 쪽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는데, 시장을 확장시켰다는 느낌은 있는 것 같다. 기분 좋다. 만화미디어 내에서 멈춘 게 아니고 각 분야에서 서로 영향을 받았기에 큰 꿈을 하나 이뤘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갓오하’의 끝판왕을 완결과 연결 지어 설명하면.

 “우선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오다 보니 속도감이 빨라진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존 스토리보다 3배 정도를 염두에 뒀는데 연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 ‘시간을 끈다’라고 말하는 독자들이 있다. 완결은 이 부분을 고려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더킹’은 확실히 강력하다. 독자들이 이미 블로그 등에 랭킹을 선정해 뒀지만 주인공을 가로막을 만한 캐릭터는 ‘더킹’이고, 더 강력한 이는 그래도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다“ 

-반전의 주인공이 있나.

 “하나 있긴 한데 비공개다. 반전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독자 분들이 ‘굉장해’라고 받아들일지는 작품을 그려 봐야 알 것 같다”

-작가들의 수익은 현재 어느정도인가.

 예전보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 ‘갓오하’의 포털 원고료만 고려한 수익으로 산정하면 비슷한 수준의 작가는 20여 명 있다. ‘쎈놈’ 시절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인데 2008~2009년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사실 ‘갓오하’ 초기에도 시장은 좋지 않았는데, 갑자기 광고가 붙기 시작하고 유료화모델이 형성되며 성공가도에 올랐다.

-현재 만화시장의 위치는.

 “만화시장의 전성기는 90년대였지만 전 지금이라고 본다. 그만큼 메인 웹툰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훗날 자녀가 만화를 그리겠다면?

 “당연히 찬성이다. ‘쎈놈’으로 데뷔 당시 낮은 원고료임을 알고 데뷔를 마음먹었다. ‘마음의 소리’를 인용하자면 작가가 되면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건 ‘만화를 그리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만화를 그리면서 먹고 살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내 자식이 이왕 사는 거 하고 싶은 것 했으면 좋겠다”

-만화를 그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열정보다 ‘욕망’이다”

-본지 독자들에게 한마디.

 “스포츠월드 독자들도 ‘갓오하’를 많이 즐겨줬으면 한다. 방구석에 앉아서 그림만 그리다가 팬들과 예비 작가들을 만난 자리였는데, 한편으론 여기 와서 큰 숙제를 떠안고 간다. ‘계속 잘해야겠구나’란 마음이다. 앞으로 꾸준히 재미와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yun0086@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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