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지난달 12일.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지역 예선’ 홈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선수들의 관심사 1순위는 단연 미얀마전 필승이었지만 2순위 역시 1순위 못지 않은 관심을 받았었다. 바로 대표팀 막내급인 이재성(전북)과 황의조(성남) 중 누가 영플레이어상 수상의 영광을 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이재성은 당시를 회상하며 “황의조랑은 이미 대학 시절부터 빼놓을 수 없는 라이벌 관계였다. 절친한 사이지만 영플레이어상을 두고도 알게 모르게 접전이 이어져 우리도 흥미로웠다. 물론 대표팀 내에선 서로 그 부분(영플레이어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그때, 상황을 종료시켜준 선수가 바로 구자철이었다. 구자철은 두 선수를 두고 “오늘(12일) 미얀마전에서 골 넣는 사람이 영플레이어상 무조건 받는다. 둘 중 아무나 골 넣으면 팀도 이고 상도 탈 테니 일석이조”라고 호언장담했다. 구자철의 한 마디에 주변 동료들도 웃음을 터트렸고 이재성 황의조 역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두 선수는 미얀마전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18분 만에 이재성이 선취골을 넣으면서 한국의 4-0 승리를 도왔다. 황의조는 63분간 그라운드를 뛰어다녔지만 골 사냥에 실패했다. 구자철의 예언처럼 지난 1일 ‘2015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선정된 영플레이어상 주인도 골을 넣은 이재성 품으로 돌아갔다.
이재성은 “구자철 형의 예언을 믿고 있었다. 현실로 이루어져 너무 기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황의조와 올 시즌 멋진 경쟁을 했다고 생각한다. 꼭 맛있는 밥을 사줄 예정”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멀리 독일에서 이 소식을 듣고 있을 구자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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