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에 등장한 조상무가 조우진을 단번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조상무는 악역이다. 하지만 희대의 악역이라는 타이틀이 붙어도 이상할 게 없다. 대기업 미래자동차의 상무지만 그는 오 회장(김홍파)을 위해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을 붙잡아다 한쪽 손목을 직접 제거해버리는 엽기적인 범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센 캐릭터지만 그 강함만으로 어필하지 않는다. 상당히 복잡한 배경이 숨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 역시 조우진의 놀라운 연기 내공인 셈이다. 그런데 조상무 역은 처음 조우진의 몫이 아니었다.
“조상무 수하 역할로 오디션을 봤어요. 처음에는 오디션을 잘 봤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당시 다른 일 하면서 연기를 좀 쉴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결과요? 마음을 비웠죠. 3일 정도 있다가 전화가 왔어요. 최종 오디션을 다시 보게 됐는데 조상무 역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놀랠 노자였죠. 얼떨떨한 상태로 갔죠. 그 때 오디션은 감독님이 보셨는데 전 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3일 후, 다른 오디션이 있어서 보러가던 중에 전화를 받았어요. 확정되셨다는 조감독님 전화였죠.”

“정신 차려 보니까, 기라성 같은 배우 분들과 리딩 하고 있더라고요. 대본 보다가도 계속 주변을 살펴봤죠. 제가 지금까지 본 한국영화 속 동경하는 배우들이 여기에 꽉 채워서 앉아있는데, 한 편으로는 설레고 기대도 되면서도 긴장도 엄청 했죠. 설렘이 좀 더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태프들과 베테랑 선배 동료 배우님들 함께 하는 작품에 절대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조상무 캐릭터는 조우진이 직접 살아오면서 경험한 인물들을 참고했다. 놀라운 관찰력이 돋보인다. 배우로서는 필수적인 덕목이기도 하다. 또 하나. 조우진에게 취미를 묻자, 책과 영화 보기란다. 그러면서도 일의 연장일뿐이라고 소박하게 대답했다. 준비된 배우의 면모가 엿보인다. 어차피 이런 배우라면, 송곳처럼 어디에 있든, 뚫고 나올 수밖에 없다. 조우진은 그런 송곳 같은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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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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