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지역 불문 “‘롤드컵’으로 우린 하나”

전세계 1만 2000여 팬 운집… 변함없는 응원
‘롤드컵’ 역사상 최초로 SKT 두번 우승 기록
쿠 타이거즈 이역만리 팬들 연호에 1승 화답
[스포츠월드=베를린(독일) 김수길 기자] ‘롤드컵’이라는 화두를 놓고 팬들에게 국적과 대륙, 심지어 지지하는 팀을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장벽이었다.

기꺼이 우리돈 7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치르고 독일 베를린을 찾는 수고스러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웃 유럽 국가는 물론, 저 멀리 미주와 아시아에서 자비를 들여 온 사례도 부지기수다.

결승전 입장권 가격은 59.55유로와 45.75유로 등 2가지다.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기 때문에 실질 지불액은 이를 훨씬 웃돈다. 중국에서 온 쯔어 왕은 “회사에서 휴가를 내고 왔는데, 친구들이 말리기도 했다”며 “팬으로서 축제에 참가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돼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쓰지만 아깝지 않다”고 했다.

7월과 9월까지 두 차례에 나눠 결승 입장권을 구입한 1만 2000여명의 팬들은 한국 팀끼리 맞붙으면서 이른바 내전으로 불린 결승전에서도 변함없이 응원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결승에 한국 팀이 모두 진출한 건 지난 2011년 1회 대회 이후 처음이다.

전통의 강호 SK텔레콤이야말로 두터운 팬층을 거느릴 법하나, 창단 1년이 채되지 않은 신생 쿠 타이거즈(KOO Tigers)도 조력자들로 경기장 한축을 채웠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차로 7시간을 달려왔다는 벤 슈마허는 “솔직히 내가 응원하는 팀(프나틱)은 아니지만, 누가 이기든 ‘롤’ 마니아로서 즐겁다”며 “게임을 관전하면서 실제 이용자로서 많은 걸 배우고, 같은 게임을 즐긴다는 동질감이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쿠 타이거즈를 응원하기 위해 거주지 영국 런던에서 독일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는 제시 로웬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승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쿠 타이거즈를 응원할 만하다”며 “팀전인 ‘롤’의 특성상 개인의 능력이 합쳐지는 팀워크가 신생답지 않게 잘 발휘되고 있어서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현지 중계진 역시 단일 국적으로 치러진 결승전을 감안, 한명이 한복을 착용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인물은 몬테 크리스토퍼라는 해설진이다. 평소 한국 팀에 대한 호의적인 발언으로 김몬테씨라는 별칭도 얻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한국 팀간 대결을 상징하기 위해 한복을 손수 구입해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더 흥미로운 요소를 팬들에게 전하려는 노력이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결승은 이변 없이 SK텔레콤의 3대1 승리로 마무리됐다. SK텔레콤은 우승을 상징하는 ‘소환사의 컵’을 손에 넣었고, ‘롤드컵’ 사상 최초로 2회 우승한 팀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쿠 타이거즈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팬들의 성원을 확인했다. 매 세트 초반 승세를 가져가자 단상의 팬들은 “쿠 타이거즈! 쿠 타이거즈!”를 연호했다. 쿠 타이거즈는 사실상 올해 기존 후원사와 계약이 종료되는 까닭에 선수 개인들은 자칫 팀 해체 시 이직활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준우승 실적은 이들의 행보에 상당히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sugiru@sportsworldi.com


※롤드컵은…

라이엇 게임즈에서 만든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소재로 한 e스포츠 제전이다. 게임의 영문 약칭(롤, LoL)에다 월드컵을 혼용한 조어다. 정식 명칭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다. 올해는 10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 예선을 시작했고, 영국 런던(8강)과 벨기에 브뤼셀(4강)을 거쳐 대망의 결승 무대는 10월의 마지막날 독일의 수도 베를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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