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하던 그가 문을 열고 나온 이유…

기업설명회서 경영철학 등 공개… 자급자족형 기업
게임 소비자 입장으로 내실 평가 “즐겨주고 있어서”
‘프로젝트K’·‘데스티니 차일드’ 등 신작 연말께 발매
[스포츠월드=김수길 기자] 말주변이 없다던 항간의 소문은 뜬금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에만 몰두할 뿐,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던 풍문도 사실과 달랐다. 청산유수는 아니지만, 조근조근 자신의 의견을 꺼낼 때면 그간의 궁금증을 불식시키고 듣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큼 알찼다. 게임 업계에서 지독한 은둔형 경영자로 불렸던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가 마침내 기자들 앞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민규 대표는 본인과 회사를 향한 세간의 시선에 대해, 본연의 실험성 짙은 인디 게임 개발사에 빗대 먼저 말을 꺼냈다. 최근 회사 측이 준비한 기업 설명회, 일명 NFC(NextFloor First Comunication)에서 곧 발매될 작품을 비롯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현황, 해외 진출, 여기에 짧게나마 장기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기업공개에 대한 소신 등을 전했다.

◆경영자 마음가짐 ‘착실하다’

김 대표가 말하는 넥스트플로어의 근간은 바로 외부 투자 없이 구성원들이 손수 키운 자급자족형 기업이다. 사업 초기 사방에서 소액이든 거액이든 투자받아 이를 되갚기 위해 증시 상장을 꾀하는 현재의 생태계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크게 흥행한 ‘드래곤플라이트’ 덕분에 여유가 있기도 하나, 근본적으로 경영자의 철학은 ‘게임 이용자 우선’이 필두다.

이는 ‘드래곤플라이트’의 후속작에 대한 견해로 이어진다. 그는 “여전히 ‘드래곤플라이트’가 잘 서비스되고 있고, ‘형보다 나은 아우가 없다’는 부담도 있다”고 했다. 게임이 성공하면 즉시 시리즈 형태가 보태지는 업계 속성과도 배치되는 시각이다. 기존 이용자들에 집중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기업의 내실을 해석하는 기준점도 게임을 체험하는 소비자 입장에 비중을 뒀다. 김 대표는 “게임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항상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는 것도 즐겨주는 이용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자이자 기업가로서 사세 확장은 당연한 관심사다. NFC를 통해 신작 3종을 소개했고, 일본에 설립한 첫 해외 법인 역시 첨언이 따라왔다. 김민규 대표 스스로 어릴적 일본 게임을 즐겼고 세계 최고 규모의 시장이라는 점에서 일본 진출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는 “일본 ‘패미컴’을 보며 자란 세대이다보니 일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많다”며 “일본이 큰 시장이기도 하고, 한국과 비슷한 구조라서 일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현안이 신작 시판인 만큼, 넥스트플로어의 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공개(IPO)는 잠시 후순위로 밀려났다. 넥스트플로어가 흥행작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여타 경쟁사에 빗대 증시 상장을 언급하는 일화가 잦았다. 김 대표는 즉답을 피했으나, 추가 개발과 유통이 선행된 뒤 고려하는 걸로 정리했다. 그는 “준비중인 게임이 많아서, 상장 건은 출시 이후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풀어낼 보따리 ‘충실하다’

김민규호(號)는 내달부터 신규 라인업을 연속으로 선보인다. 퍼즐게임 ‘프렌즈팝’으로 시장성을 인정받은 IP(지적재산권) 카카오 프렌즈를 활용해 제작중인 ‘프로젝트K’가 첫 주자로 나선다. 이 게임의 장르를 포함해 자세한 정보는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 측은 카카오 프렌즈를 상징하는 노란색 바탕에 대표 캐릭터인 프로도와 네오가 인디아나존스, 툼레이더로 각각 코스튬한 게임 포스터만 공지했다. ‘프로젝트K’는 넥스트플로어가 이노에이지와 함께 만들고 있다.

오는 2016년 1분기에는 스타트업 개발사 DMK에서 만든 ‘크리스탈 하츠’가 출전한다.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장르인 ‘크리스탈 하츠’는 400종이 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동과 타깃 설정이 가능하다. 최대 4명까지 짤 수 있는 파티원을 자유롭게 조종하면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크리스탈 하츠’는 스타트업 개발사의 첫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과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게임”이라며 “대중적인 게임성까지 더해져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올 연말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스티니 차일드’도 신고식을 마쳤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창세기전’ 시리즈와 ‘블레이드 앤 소울’의 아트 디렉터로 유명한 김형태 씨가 참여했다. 앞서 넥스트플로어는 김형태 씨가 설립한 시프트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게임 시스템은 넥스트플로어가 담당하고, 세계관과 시나리오·아트 등 세부 콘텐츠는 시프트업이 주도하고 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비범한 운명을 지닌 소년기의 주인공이 겪는 모험 스토리를 담고 있다.

sugiru@sportsworldi.com


※터줏대감 ‘드래곤플라이트’

넥스트플로어가 시장의 관심을 받은 시금석은 바로 ‘드래곤플라이트’다. 올해로 세번째 생일을 보낸 ‘드래곤플라이트’는 아래에서 위를 향해 질주하는 이른바 종스크롤 형태의 슈팅 게임이다. 새끼용에 올라타고 적들을 마법으로 제압하면서 더 멀리 날아가는 게 골자다. 플레이 방식 면에서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 ‘1942’를 연상시킨다. ‘드래곤플라이’는 친숙함과 게임성을 등에 업고 여전히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매출 순위 20위권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