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 줄 기사, 돈키호테가 돌아왔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에 선 조승우는 완벽하다.
무대는 스페인의 어느 지하 감옥.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작가 세르반테스는 감옥의 죄수들과 함께 자신이 쓴 희곡 ‘돈키호테’로 즉흥극을 벌인다.
뿐만아니라 돈키호테의 레이디 알돈자 역의 린아는 ‘SM 아이돌’ 딱지를 떼고 어느새 뮤지컬 배우로 성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산초 역의 김호영 역시 명불허전 최고의 연기력으로 조승우가 마음껏 무대서 뛰어놀수 있게 받쳐줬다.
이 때문일까? 러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하지만 지겹지 않다. 조승우는 젊고 영리한 세르반테스와 힘 없고 고집만 센 노인인 돈키호테의 특징을 잘살렸다. 표정부터 말투, 동작 하나까지 신경쓴 모양이다. 같은 얼굴, 같은 옷이지만 각기 다른 두 명의 배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맨 오브 라만차’는 한국에서 통하는 뮤지컬의 요소를 갖춘 작품은 아니다. 선남선녀의 눈물 쏙 빼는 러브라인도 없고, 화려한 의상과 무대도 없다.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처음 본 관객들은 “내용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래 총 일곱 번에 걸쳐 앙코르 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의 힘’에 있다.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 외치는 조승우의 연기까지 더해지는 객석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나온다.
‘맨 오브 라만차’를 봐야하는 이유? 조승우, 이 세 글자면 충분하다.
한편, 브로드웨이 50주년이자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오는 11월 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13세 이상 관람가.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오디뮤지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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