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역의 주인공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월소 역을 맡은 전도연이다. ‘칸의 여왕’으로 익숙한 전도연은 ‘협녀’에서 대의와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맹인 여검객을 맡았다. 월소는 뜻을 같이했던 동료 유백(이병헌)이 권력에 눈이 멀어 모두에게 등을 돌리자 그를 향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평생을 고뇌 속에 살아가는 인물. 유백과 자신의 손에 무너진 대의를 완성하기 위해 18년에 걸쳐 두 사람의 목숨을 거둘 검객 홍이(김고은)을 기르며, 모성애와 여성성, 강인함을 동시에 가졌다.
“무협이란 장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때만 해도 중·고등학교 때 비디오로 무협영화를 참 많이 보곤 했는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무협이 올드한 장르는 아니잖아요. 하늘을 날아 다니고, 50대 1로 싸우고… 어떻게 보면 오리엔탈 판타지 액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접근하니 무협이 쉽게 다가왔어요.”
“검을 들고 액션을 해야 하는데, 가짜 칼을 쓰면 너무 티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검에 가까운 무게의 검을 들고 촬영을 했는데, 어휴… 도저히 팔이 견디질 못하더라고요. 운동복을 짜면 땀이 나올 정도로 와이어와 검술 등 액션 기본기를 엄청나게 연습했어요. 유연하고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 고전무용도 함께 배웠고요. 나중엔 괜히 제가 잘못해서 상대방이 다치면 안 되니깐, 집중 또 집중해서 검술에 힘썼어요.”
검술 액션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전도연에게 난관은 또 있었다. 바로 맹인연기. 전도연이 연기한 월소는 검술, 와이어 액션을 소화함과 동시에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란 설정까지 더해졌다. 앞을 봐도 힘든 게 검술인데, 앞을 보지 못한 채 검을 휘두르고 날아다녀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
지금껏 맡았던 역할 중 가장 힘든 작품이었다는 ‘협녀’. 어려운 캐릭터를 마쳤기에, 그 뒤에 얻는 쾌감도 컸을 것 같았다.
“맹인이기에 절제된 인물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에요. 또 협을 이루기 위해 원칙을 지키는 여자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선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룬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이 고통스러웠죠. 하지만 그 고통조차 즐거움으로 다가와요. ‘협녀’란 작품을 통해 또다시 연기적으로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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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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