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연기 베테랑' 전도연도 혀를 내두른 연기는?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참 어려운 배역을 맡았다. 검을 휘두르는 것도 어려운데, 앞도 못 보는 맹인이란다. 게다가 감정은 단 한 순간도 드러내면 안 된다. 설명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그 역할을 잘도 해냈다. 그것도 즐겁게.

이 배역의 주인공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월소 역을 맡은 전도연이다. ‘칸의 여왕’으로 익숙한 전도연은 ‘협녀’에서 대의와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맹인 여검객을 맡았다. 월소는 뜻을 같이했던 동료 유백(이병헌)이 권력에 눈이 멀어 모두에게 등을 돌리자 그를 향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평생을 고뇌 속에 살아가는 인물. 유백과 자신의 손에 무너진 대의를 완성하기 위해 18년에 걸쳐 두 사람의 목숨을 거둘 검객 홍이(김고은)을 기르며, 모성애와 여성성, 강인함을 동시에 가졌다.

이런 복합적인 캐릭터를 전도연은 자신만의 색깔로 잘 만들어냈다. 특히 월소는 무협 본고장 중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맹인 검객 캐릭터인데, 전도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월소란 인물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게다가 ‘협녀’는 전도연의 첫 무협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협녀’는 그녀에게 더욱 특별할 것 같았다.

“무협이란 장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때만 해도 중·고등학교 때 비디오로 무협영화를 참 많이 보곤 했는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무협이 올드한 장르는 아니잖아요. 하늘을 날아 다니고, 50대 1로 싸우고… 어떻게 보면 오리엔탈 판타지 액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접근하니 무협이 쉽게 다가왔어요.”

그렇다. ‘협녀’는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무협장르다. 첫 장면부터 허공을 가르는 액션을 시작으로, ‘협녀’는 121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검술 액션의 경우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소화해냈다. 사극 장르에 국한됐던 한국영화의 흐름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검을 들고 액션을 해야 하는데, 가짜 칼을 쓰면 너무 티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검에 가까운 무게의 검을 들고 촬영을 했는데, 어휴… 도저히 팔이 견디질 못하더라고요. 운동복을 짜면 땀이 나올 정도로 와이어와 검술 등 액션 기본기를 엄청나게 연습했어요. 유연하고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 고전무용도 함께 배웠고요. 나중엔 괜히 제가 잘못해서 상대방이 다치면 안 되니깐, 집중 또 집중해서 검술에 힘썼어요.”

검술 액션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전도연에게 난관은 또 있었다. 바로 맹인연기. 전도연이 연기한 월소는 검술, 와이어 액션을 소화함과 동시에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란 설정까지 더해졌다. 앞을 봐도 힘든 게 검술인데, 앞을 보지 못한 채 검을 휘두르고 날아다녀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

“‘협녀’란 작품이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어요. 무술이야 몸이 힘든 것뿐인데, 맹인연기는 그 어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가 없잖아요. 눈을 깜빡이지 않는 건 당연하고, 초점도 있으면 안 되잖아요. ‘맹인인데 어디를 빤히 보고 있더라’란 말이 나오면, 완전 망한 거죠. 이게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어서 순간적으로 집중하면서 했는데, 장면들이 길어서 1분 가까이 눈을 뜨고 있다 보니 나중엔 피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어요.”

지금껏 맡았던 역할 중 가장 힘든 작품이었다는 ‘협녀’. 어려운 캐릭터를 마쳤기에, 그 뒤에 얻는 쾌감도 컸을 것 같았다.

“맹인이기에 절제된 인물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에요. 또 협을 이루기 위해 원칙을 지키는 여자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선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룬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이 고통스러웠죠. 하지만 그 고통조차 즐거움으로 다가와요. ‘협녀’란 작품을 통해 또다시 연기적으로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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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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