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연평해전’(김학순 감독, NEW 배급·제공)이 드디어 지난 24일 개봉, 일반에 공개됐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배우 김무열이 故 윤영하 대위를, 진구가 故 한상국 하사를, 이현우가 故 박동혁 상병 역을 맡아 열연했고, 이완, 이청아, 김희정, 한성용, 김동희 등이 출연했다.
‘연평해전’은 실화다. 그리고 팩트를 다뤘다. 김학순 감독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 사건을 영화 속으로 고스란히 옮긴 작품이다. 그것도 2002년 6월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이 한창일 때 일어났던 일이다. 한편에선 ‘대∼한민국’을 외치며 축제를 만끽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친 청년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던, 혹은 엄청나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평범했던 청년들이자, 한 가정의 소중한 자식들이었다. 그런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하나 둘 목숨을 잃어가며 나라를 지킨 이야기인데, 그런데도 일각에선 ‘정치적이다’라고 폄하하고 있다. 과연 자신들의 자식들이 그 현장에 있었다면, ‘연평해전’을 정치적인 영화라고 매도할 수 있을까.
물론 일부에선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은 다 합쳐봐야 10분도 안 된다. 영화 전체 러닝타임이 130분 가량인데, 고작 10분으로 영화의 정치색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될까. 또 그 현장에 자신들의 가족이나 자식들이 있었더라도 똑같은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소설이 아닌 실화인데도, 일각에선 ‘팩트’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
어쨌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면, 김무열, 진구, 이현우의 절제된 연기가 영화를 무게감있게 그려냈다. 만약 조금이라도 끼를 부리거나 욕심을 부렸다면, 영화는 철저한 상업영화로 변질됐을 터. 하지만 세 배우의 진중한 연기가 영화 ‘연평해전’의 중심축을 잡았다. 덕분에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격전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 ‘연평해전’은 억지 눈물을 짜내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저 관객들이 그때 그 참담했던 상황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일 뿐, 절대로 영화는 관객들에게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선 실제 화면을 보여주면서 사실감을 더했다. 또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땐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첨부, 13년 전의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영화적 감동을 극대화하려면 배우들의 연기가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도, 김학순 감독은 오히려 ‘팩트’에 더 큰 비중을 뒀다.
물론 영화의 연출과 짜임새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연평해전’이 제작과정이 힘겨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이 상태로도 관객들에게 충분히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월 24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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