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언=갓경언’…한화 돌풍의 항등식

〔스포츠월드=대전 권기범 기자〕김경언(33·한화)의 질주가 그칠 줄을 모른다.

김경언은 1일 대전 롯데전에서 3번 우익수로 선발출전해 혼자 북치고 장구를 쳤다. 결정적일 때마다 한방씩을 날리면서 끝내 한화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는 지난달 17일 NC전부터 무려 홈 6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네 번째 1만3000명의 관중이 가득 찬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는 온통 주황색 물결로 넘실거렸다.

팬들이 농담조로 일컫는 ‘갓경언’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만큼 위압감이 대단했다. 이날 성적만 홈런에 2루타, 그리고 역전 2타점 적시타까지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영양가마저 만점이었다.

1회초 한화 선발 유먼이 최준석에 선제투런포를 내주자 1회말 김경언이 나섰다. 2사 후 첫 타석에 롯데 선발 송승준의 147km 직구를 그대로 통타, 추격의 솔로포를 장식한 게 시발점이었다. 시즌 4호. 그리고 이는 프로야구 역대 6번째 팀 통산 3만2000안타 째였다.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잠시 쉬어갔지만 5회말 2사 1루에선 우익수 오른쪽을 가르는 2루타로 2사 2, 3루를 만들어냈다. 송승준은 진땀을 흘리며 결국 4번 김태균을 고의4구로 거른 뒤 최진행과 승부해 헛스윙 삼진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정적인 상황은 다시 김경언 앞에 차려졌다. 강경학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4-5까지 추격한 6회말 2사 만루, 김경언은 심규범의 바깥쪽으로 흐르는 타구를 툭 갖다대 좌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역전 2타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심규범의 제구가 나쁘지 않았지만 감각만으로 생산해낸 안타였다. 한화는 이후 추가 1점을 보태 7-5로 도망가는 기염을 토했다. 8회말 1사 2루에선 병살타로 물러났지만 강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2루수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올 시즌 들어 김경언은 무섭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타율 3할6푼3리(91타수 33안타) 2루타 5개 3루타 1개 4홈런 19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경언이 이렇게까지 활약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2001년 2차 2라운드 15순위로 KIA에 입단한 김경언은 이현곤에 밀려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2010년 한화로 트레이드되는 상황까지 겪었다. 이후에도 여전히 김경언은 그저 그런 선수로 지냈지만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89경기 출장해 타율 3할1푼3리를 기록, 늦깎이 전성기를 예고했다. 물론 겨울 진통도 있었다. FA를 선언했고, 11월말에야 3년 8억5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함께할 수 있다는 일념하에 구슬땀을 흘렸고 올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팬들은 어느새 그를 ‘갓경언’으로 부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 김경언은 그 핵심으로 독수리군단의 지배자로 우뚝 서고 있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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