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약장수', 찾아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한국스러운 영화가 아닐까. 우리네 삶을 정면으로 관통, 초호화 스케일과 비주얼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깊은 한국인만의 감성을 꼭꼭 담아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대항마(?)로 주목받는 김인권, 박철민 주연의 ‘약장수’(조치언 감독, 26컴퍼니 제작, 대명문화공장 배급)가 지난 23일 개봉, 적은 상영관에도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약장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홍보관 ‘떴다방’에 취직해 아들을 연기하는 일범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인권, 박철민 주연의 휴먼 감동 드라마다.

김인권은 아픈 딸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어머니들에게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홍보관 ‘떴다방’에 취직하는 이 시대 소시민 가장 일범을 연기했다. 박철민은 ‘떴다방’ 사장으로 분해 ‘어벤져스2’ 울트론 못지 않은 악역을 선보였고, 배우 이주실은 이 시대 어머님의 표상을 보여주는 옥님 역을 맡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외에도 최재환, 정형석 그리고 수많은 아주머니 연기자들이 출연해 영화 ‘약장수’의 작지만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영화는 굉장히 한국적이다. 그것도 서민의 삶에 포커스를 맞췄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보면, 공감은 충분히 되지만 현실적이란 느낌은 약했던 게 사실. 이에 비해 ‘약장수’는 우리네 주변의 모습, 조금만 걸어서 둘러보면 보일 법한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가까운 시각에서 담았다. 어쩌면 우리의 주변의 이야기보단, 내 이야기일 수도 있다. 힘겹게 살아가는 30대, 40대 ‘미생들’, 그리고 자식들을 키우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을 영화 속에 투영했다. 진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그러면서 ‘약장수’는 소위 말하는 홍보관 ‘떴다방’의 현실을 웃프게 그려냈다. 진짜 자식처럼 “어머니!”라 부르며 앵기는 ‘떴다방’의 팀장들, 그리고 그들의 재롱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외로운 어머니들. 서로의 속마음을 숨긴 채 속이고 속아주는 관계지만,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웃픈 현실을 굉장히 밀도감 있게 그렸다.

물론 ‘떴다방’은 엄연한 사기꾼(?)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기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식만 바라보고 한 평생을 바친 어머니를 외면하는 자식들, 그리고 말 한마디 속 시원하게 자식에게 하지 못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참으로 눈물겹다. 그런데 이 모든 모습들이 실제 실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더 눈물겹고, 찡해지고, 마음 한 편이 아파온다.

그런 감흥을 느끼게 하는 배우 김인권과 박철민의 연기는 감탄 그 자체였다. 가장 한국적인 감성 연기를 보여준 두 배우의 열연이 없었다면, ‘약장수’란 영화는 세상에 나올 수도 없었을 터. 그만큼 두 배우는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약장수’의 역할에 완벽하게 녹아 들었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식이 될 수밖에 없는 웃픈 삶을 온몸으로 마주한 김인권의 연기는 가슴을 적시고도 남을 정도. 반면 야누스 같은 두 얼굴을 가진 박철민의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렸다. 두 배우의 완벽한 연기조합이 ‘약장수’의 토대를 만들었다면, 그 위에서 꽃을 피운 중견배우 이주실의 현실연기는 “하아…”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흉내낼 수도 없을 만큼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게 연기했다. 그의 얼굴표정, 말투, 한숨 하나마저도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약장수’의 또다른 한 방이라 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가장 한국스러운 한국영화 ‘약장수’. 시간과 여유만 된다면, 찾아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 소개해도 충분할 것 같다. 4월 23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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