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김인권, “한국영화를 도와주면 사회도 좋아지니까”

[스포츠월드=한준호 기자]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만 잘 연기해도 될까.

배우라는 직업은 어찌보면 여러 사람들을 자신의 몸에 받는, 고귀한 일이다. 그래서 배우가 많은 것들을 풀어낼 수가 있다. 영화를 제대로 창작하고 잘 포장하는 것은 감독, 스태프들의 일이지만 이를 표현하는 것은 배우이기 때문이다. 연기자는 가장 사회적인 직업일 수밖에 없다. 김인권도 지금 그런 배우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약장수’(조치언 감독, (주)26컴퍼니 제작)에서 김인권이 연기한 일범은 이 땅의 무수한 아빠들의 집합체처럼 보인다. 물론, 사채로 인해 신용등급이 안나와 대리기사 일을 전전하는데다 딸마저 불치병에 걸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인, 극단적인 처지이긴 하다. 그럼에도 김인권이 연기해서 더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딱 보니까 시나리오가 좋더라. 함께 출연하신 박철민 선배님도 시나리오를 읽고 전화와서 ‘니가 왜 했는지 알겠더라’고 하셨죠. 감독님께서 4∼5년간 조사를 해서 나온 작품인데 직접 경험해보셨기에 소재가 너무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세 딸의 아빠인 김인권은 첫째에게 제일 미안하다. 아직 무명이나 다름없기에 어려웠던 시절, 태어난 첫째는 집 안에 개미와 바퀴벌레가 동시에 출몰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컸다. 더구나 당시에는 군 복무를 하던 중이라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해운대’ 성공 이후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게 됐지만 여전히 자식 키우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바로 그런 김인권이기에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일범에게 눈길이 갔을 수 있다. ‘약장수’는 벼랑 끝에 몰린 가장 일범이 노인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일명 ‘홍보관’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러 작품들에서 함께 했기에 단짝이나 다름없는 박철민은 표독스러운 ‘홍보관’ 책임자 철중으로 등장한다.

“오늘 아침에 운동하고 왔는데 뉴스에 어르신들 10 명 중 2 명이 자식과 연락을 안한다는 소식에 이어 다음 꼭지가 완구 시장 활황이라는 거였어요. 엄마들이 자식들 위해 장난감 무지하게 사준다는 이야긴데 반면, 그 전 소식은 자식과 연락이 안된다는 거잖아요. 우리 영화랑 딱 맞네 싶더라고요. 짠하기도 했고요.”

홍보관은 최근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다. 노인들을 춤과 노래로 홀려서 나중에 물건을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파는 일당이 경찰에 잡혔다는 뉴스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나중에 피해 노인들이 오히려 경찰에게 물건 안샀다고 해명해주거나 집단으로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 만큼 노인들에게 ‘홍보관’은 외로운 처지에서 기댈 수밖에 없는 고마운 존재였던 것. ‘약장수’의 주요 메시지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영화 찍고 일단, 자식에게 너무 잘해주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죠.(웃음) 농담이고요. 우리 어르신들은 아직까지 자식들 기대하잖아요. 그 전에도 사회성 가진 영화 했지만 시나리오 봤을 때 피해가고 싶지 않았어요. 나와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죠. 정치적으로 정책 법안을 내서 할 수도 있지만 감성적으로 사람들이 더 알아야 하니까요. 내 부모의 고독함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방식이 우리 문화계에서 해야 할 역할일 것 같았어요. 이 영화를 보신다면 도와주시는 건데 한국영화를 도와줌으로 인해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가 좋아지니까요.”

현재 ‘히말라야’라는 대작 촬영에 참여 중인 김인권은 최소한의 사회적 실천을 하는 진정 배우의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이번 작품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김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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