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분석] ‘킹스맨’ 젊은 층 열광 뒤에는 리셋 세대가 있다

[스포츠월드=한준호 기자]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할리우드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가 설 연휴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웬만해서는 설 연휴 기간 강세를 보이기 어려운 게 외화다. 워낙 토종 대작들이 한 해 최고 성수기인 이 기간에 집중 개봉하기 때문이다. ‘킹스맨’은 같은 날 개봉한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2’)에 연휴 기간에만 1위 자리를 빼앗겼을뿐, 연휴가 끝난 23일에도 정상을 탈환했을 정도로 젊은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물론, 지난 11일 개봉 이후 줄곧 ‘조선명탐정2’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에 만족해야 했던 ‘킹스맨’이었다. 그러나 지난 16∼17일 평일에 1위 자리를 빼앗더니 연휴 기간에 몰린 가족 관객들 때문에 잠시 2위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평일이 되자 1위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일에는 방학을 맞은 젊은 층(10∼20대)이 극장가에 많이 몰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색적이다. 

‘킹스맨’이 이토록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뭘까. 개천에서 용나는 걸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절망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리셋하듯이 자신을 포함한 세상을 리셋하고픈 욕망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이것이 일베 현상으로 대표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새롭게 다시 만들어보자는 욕망. 바로 ‘리셋 세대’다. ‘킹스맨’의 주인공 에그시(태론 에거튼)와 그가 맞서는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잭슨)은 이들 ‘리셋 세대’에게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에그시는 영국의 가난한 소도시 청년. 또래의 힘 있는 청년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동네 갱단 두목인 의붓아버지의 폭행에 고스란히 노출된 삶을 살아온 에그시는 해병대 지원도 해보고 이것저것 노력을 해보지만 모조리 실패하고 희망은 없는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스파이 제안이 들어온다. 자신의 삶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발렌타인은 자수성가형 사업가. 미국에서 그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위대한 인물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바뀌는 게 없자 발렌타인은 환경오염의 온상이나 다름없는 인간들을 쓸어버릴 음모를 꾸민다. 세상을 리셋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보수든, 진보든 현 청년 세대들에게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다. 세상을 유지하는 것도 바꾸는 것도 의미 없다. 그저 파괴하고 다시 무언가를 만들 수 있기를 원할 뿐이다. 이슬람 극단세력 IS에 투신하는 서구의 젊은이들이나 여성을 포함해 소수세력들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을 보이는 대한민국 젊은이들 모두 이러한 ‘리셋 세대’에 포함된다. ‘킹스맨’은 절묘하게 이들 ‘리셋 세대’의 욕망을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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