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동명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기생수 파트1’이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는 1990~1995년 일본 고단샤의 만화잡지 ‘월간 애프터눈’에 연재됐다.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고찰뿐 아니라 긴박한 스토리, 활력 넘치는 캐릭터들로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판매부수 1000만부를 육박하는 등 대단한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기생수 파트1’은 고교생 ‘신이치’(소메타니 쇼타)와 그의 오른손을 차지한 기생생물 ‘오른쪽이’가 인간의 뇌를 점령한 다른 기생생물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기생수’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다.
일본에서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인만큼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생수’는 그 어떤 작품보다 기대와 우려가 컸다. 혹여나 어설픈 연출로 원작의 명성을 망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 하지만 베일을 벗은 ‘기생수 파트1’은 원작의 느낌을 100%, 아니 200% 이상 살려냈다. 소위 말하는 ‘만화책을 찢고 나온’ 것처럼, 싱크로율 그 이상의 싱크로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먼저 ‘기생수’는 실사에 잘 녹아드는 CG를 택했다. 극 초반엔 약간 어설프게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섭도록 실사와 CG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물론 ‘기생수’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성상 약간은 징그럽기도, 혹은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힘있는 비주얼로 담아냈다. 덕분에 혐오스럽기만 한 기생수가 아닌, 이야기 진행에 있어 가장 필요한 존재이자 집중해서 봐야 할 중요한 캐릭터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싱크로율도 대단했다. 주인공 소메타니 쇼타의 경우 만화책을 막 찢고 튀어나온듯, 어마무시한 캐릭터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줄곧 나약한 모습을 보이던 신이치의 모습부터, 오른쪽이와 결합 후 조금씩 변화하는 신이치의 모습을 밀도감 있게 그려냈다. 덕분에 단시간 내 ‘신이치’란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재빨리 적응시키고,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신이치와 반대되는 인물로 그려지는 ‘타미야 료코’(후카츠 에리)는 살벌함 그 자체였다. 냉정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살기가 가득 차 있는, 보면 볼수록 오묘한 매력을 지닌 료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여기에 조정석 닮은꼴의 ‘시마다 히데오’(히가시데 마사히로), 히로카와 타케시(키타무라 카즈키) 등도 원작 못지 않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기생수’는 작품이 가진 독창적인 세계관, 인간에 대한 고찰 등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투영했다. ‘인간의 수가 반으로 줄면 불타는 숲도 반으로 줄어들까’, ‘인간의 수가 1/100이 되면 쏟아내는 독도 1/100이 되는 걸까’라는 대사만 들어도 ‘기생수’가 말하고자 하는 작품관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게 아닌, 작품을 보고난 뒤 깊은 생각에 빠져볼 수 있는 여유마저 선사하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관객들과 공유한다. 할리우드 SF 영화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본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린 깊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SF 스릴러물의 한 획을 그을 ‘기생수 파트1’. ‘데스노트’ 시리즈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남다른 재미와 감동 그리고 깊은 울림을 선사할 걸작의 서막으로 기억될 것 같다. 2월 26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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