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 불가의 설날 기도

설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 명칭이 내려오는데 원단(元旦)·원조(元朝)·정조(正朝)·연시(年始)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새해 첫 아침을 맞는 설날에 사람들은 지난해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하고 액운이 물러가고 복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상서로운 날의 아침이니만큼 서로 새해 인사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다. 흔히들 말하는 신년하례 풍습은 궁궐과 민가를 가리지 않고 행해졌다. 신년하례라고 하면 요즘은 정치인이나 사회적 위치가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는 전통적으로 신분이나 계층을 가리지 않고 행해졌다.

궁궐에서는 임금이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정월 초하루에 망궐례를 드린다. 이어서 임금은 왕세자와 관리들의 하례를 받고 지방관들이 올린 방물 등을 받는다. 벼슬이 있는 사람들은 동료 관리들이나 친척들의 집을 찾아 명함을 던지는 것으로 인사를 한다. 민가에서 어른들은 설빔으로 옷을 차려 입는다. 이런 옷차림은 설날을 맞는 예복의 의미를 갖는다. 설빔을 입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것으로 민가의 설날 아침은 시작된다. 그 다음에는 세배를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신년하례와 인사를 한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불가의 사찰에서도 신년하례와 같은 풍습이 있다. 통알(通謁)이라고 하는 이 의식은 민가의 세배와 성격이 비슷하다. 새해 첫날이 되면 스님들은 새벽에 법당에 모여 부처님에게 삼배로 새해인사를 올린다. 다음에는 일체불보·일체법보·일체승보의 삼보 전에 삼배를 드린다. 이어 신중과 일체 고혼에 삼배를 올리는데 이를 마치는 것으로 통알의식도 끝나게 된다. 통알을 마치면 스님들이 서로 절을 나누며 새해 인사를 한다. 이렇게 새해 인사를 모두 마치면 스님들은 떡국으로 공양을 한다. 민가와 다르지 않은 의식을 치르는 통알은 중생들에게 자비가 깃들기를 바라는 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설날을 맞으면서 사람들은 용(龍)자나 호(虎)자를 대문에 붙이곤 하는데 집안에 있을지 모르는 액운을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윷놀이를 통해서 운수를 점쳐보기도 했다. 이런 풍습들은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막혔던 운세가 풀리고 복이 많이 들어오기 바라는 기원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더 간절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찰을 찾아 정초기도를 올린다. 사찰기도에 참석한 사람들은 삼보에 귀의하고 공양을 올린다. 삼보(三寶)는 불(佛) 법(法) 승(僧)을 말하는 것으로 불은 석가모니부처님을 이른다. 법은 부처님이 설파하신 진리, 승은 부처님의 진리를 전하는 승단을 말한다. 여기에 더해 귀의(歸依)는 모든 것을 의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정초에 기도를 올리는 것은 새해 가족들이 별일 없이 지내고 원하는 것이 이뤄지게 해 달라는 소망의 마음을 하늘에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찰에서는 설날에 합동차례도 지낸다. 이는 가정에서 차례를 지내기 어려운 상황이 있거나 불교적으로 지내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 행해진다. 또 차례뿐만 아니라 기제사를 사찰에서 지내는 경우도 많다. 일반 가정에서 제사를 모시는데 따른 부담이 자꾸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가피를 듬뿍 받으며 조상님들의 극락왕생을 빌고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은 의식의 의미도 더 크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 새해 정초에는 사찰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새로운 기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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