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용산 장외발매소의 개장을 놓고 내내 시끄러웠던 데다 올해 들어 최근 반대 측은 108배를 하며 용산 장외발매소의 폐쇄 촉구 의지를 다졌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3∼4년 후 전자카드를 전면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한국마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설상가상 한국마사회와 마주간에는 경주마 도입 등 여러 조항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국 경마가 새해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는 것은 어려운 것일까. 청마해인 지난 2014년 우리나라 경마는 경주의 해외중계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등 발전과 확장을 꾀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지난해부터 이슈가 돼 온 용산 장외발매소의 재개장도 쉬워보이지 않는다. 개장 반대 측은 마치 경마는 도박, 나아가 부정한 존재로 여기고 부정과 싸우는 정의로운 행위로 어필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정책추진도 한국마사회로는 대단한 악재다. 전자카드를 도입한다면 현실적으로 누가 카드를 발급받아 베팅을 하려 하겠는가. 전자카드 도입의 명분은 좋다. 베팅액 상한액을 지킬 수 있고 결국 소액 건전 베팅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명분이라면 인터넷으로 하는 온라인베팅도 훌륭한 방법이다. 온라인베팅을 하려면 당연히 모든 거래가 실명제로 이뤄지고 상한액을 지켜 불법 고액 베팅이 사라진다. 단지 온라인베팅은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자카드는 경마장 업장에서만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자카드는 공간의 폐쇄성이 있다. 역시 경마는 도박이니 그들만의 공간에서 통솔 아래 하라는 셈이다.
경마는 물론 경륜, 경정까지도 일본의 경우 모두 온라인베팅을 시행한 지 10년이 넘었고 지금도 존폐 논란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소위 전자카드라는 제도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한국적 민주주의’ 처럼 ‘한국적 베팅제도’로 자랑할 만하지도 않다. 오히려 부끄러워야 할 시스템이다.
최근 매출신장이 급성장중인 스포츠토토의 경우 온라인베팅도 할 수 있고 어디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불법시장도 역시 커지면서 사회문제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경마는 여전히 전자카드 도입을 운운하는 상황이고 스포츠토토는 시간 장소에 구애 없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세금도 공평치 못하다. 경마는 총매출의 10%가량 레저세를 내지만 스포츠토토는 레저세가 없다. 일부는 유병율(쉽게 말해 전염도가 높은 정도)를 따진다. 경마는 높고 스포츠토토는 낮다고 한다. 경마는 경마장에서 조사하고 스포츠토토는 일반 길거리에서 조사했다며 경마인들은 코웃음을 친다.
용산 경마장 개장 여부와 사감위의 전자카드 시행 여부 등의 2가지 빅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마인들은 다리를 쭉 펴고 자지 못할 것이다. 용산 장외발매소를 열지 못하면 갈수록 줄어드는 경마매출이 더욱 떨어질 것이고 전자카드마저 도입한다면 역시 매출급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국 경마는 왜 난관에 봉착해 오도가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 경마의 태생적인 한계,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에 기인하는 것이다.
한국 경마는 출발부터 영화 ‘국제시장’처럼 불행했다. 일제시대 한국 경마가 시작됐고 일제는 한국민들이 문제의식을 가질 틈 없이 경마장으로 내몰아 베팅과 도박으로 유도했다. 괜스레 독립의지를 불태우거나 이에 동조세력이 많을수록 유리할 거 없으니 한국민들에 도박의 짜릿함과 스릴부터 맛보게 했다. 수십 년 이런 공간에서 경마를 해왔으니 ‘경마=레저’가 아닌 ‘경마=도박’으로 자연 인식되고 초창기 한국정부도 이를 이어받아 세금을 걷는 합법적인 회사로만 역시 수십 년을 운영해 왔다. 이러니 경마 이미지의 변화와 쇄신은 불가능했다.
수년 전부터 경마를 일본이나 홍콩, 그리고 영국· 미국처럼 ‘산업 속의 경마’, ‘레저와 문화 속의 경마’로 인식변화를 위해 여러 노력이 시도되어 왔지만 쉽지 않다. 한국 경마경주 시행 주체인 한국마사회가 어떠한 호소를 해도 뿌리깊고 저변이 확대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부정적인 한국 경마 인식 때문에 이미지 개선이 이뤄지기 힘들다.
한국 경마가 태생적 한계와 현재의 인식을 극복하고 본래의 가치를 재발견되는 날이 언제 올지 필자도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상황이 절실하고 명분이 옳은 쪽이 언젠가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그것은 노력과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
배병만·스포츠월드 부국장 겸 연예문화부장
(사진설명)서울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들어선 과천 서울경마장. 하지만 우리 곁에 한참 떨어진 공간으로 인식되는 거 같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