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광석의 노래로 구성된 창작 뮤지컬 ‘그날들’은 1992년 청와대 경호실 ‘그날’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청와대 경호원 동기인 정학과 무영은 라이벌이자 친구로 우정을 쌓아간다. 한중 수교를 앞둔 이들에게 내려진 임무는 신분을 알 수 없는 ‘그녀’를 보호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와 무영이 사라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2012년이 되고 정학은 경호부장이 된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이한 어느 날 대통령의 딸 하나와 수행 경호원인 대식이 20년 전 ‘그날’처럼 사라지게 된다. 하나와 대식의 흔적을 추적하던 정학은 무영과 ‘그녀’의 흔적이 하나 둘 씩 발견된다.
탄탄한 스토리에 故김광석의 음악까지 더해지니 전 연령층을 사로잡은 작품이 탄생했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이 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중에서도 강태을의 연기는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강태을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 ‘철두철미 원칙주의자’ 정학으로 변신한다. 20대의 정학과 40대의 정학을 오가며 열연을 펼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다.
-이번 공연 무대에 오른 소감부터 말해달라
▲나에게 정학이라는 캐릭터는 잘 맞는 옷이다. ‘그날들’ 초연이 끝나면서부터 재연 무대에 오르기를 목 놓아 기다렸다. 지금은 ‘삼연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나’라는 희망을 해본다(웃음). ‘그날들’은 초연을 함께한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에게 애정이 남다른 작품이다.
-함께 정학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유준상(47), 이건명(44), 최재웅(37) 중 막내다. 형님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던가.
▲함께하고 있는 (유)준상이 형님이 “형이 이 나이까지 하고 있는데, 넌 앞으로 11년을 더 할 수 있으니 너무 부럽다. 지금 목소리, 움직임을 잘 관리해서 쭉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 연습실에서 형님들을 보면 자극이 된다. 아직도 초연 단체 채팅방이 있다. 초연멤버 그대로다. 최고참 선배들이 정말 후배들을 잘 챙겨주시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장유정 연출님도 아침 10시부터 밤까지 계신다. 후배들, 동생들이 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은 팀이다.
-안경 하나 더할 뿐인데 20대의 정학과 40대의 정학은 정말 20년 세월을 오가며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목소리나 눈빛 말고 또 어떤 변화를 준 것인가. 마법 같다고 느낄 정도다.
-우선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 일차원적으로 걸음걸이나 목소리는 모든 배우가 바꾸는 것이다. 저는 얼굴 각을 만든다. 20대는 다 정면으로 등장한다. 제가 40대로 나오는 장면은 다 사선으로 서있거나 걸어나온다. 또는 옆면을 보여준다. 옆면이 날카롭고 그늘이 져 있는 얼굴이라 정면보다 나이가 좀 더 들어보이더라. 마침 동선도 그렇게 짜여있어서 나름대로 연구를 했다.
-극중 정학은 호감이 가는 여자가 있어도 적극적이게 밀어붙이지 못한다. 실제로는 어떤 편인가
▲티를 내긴 낸다. 첫눈에 반하는 편이다. 그리고 첫눈에 반해버려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확실히 초연보다 재연이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과감하게 생략된 서브플롯, 친절해진 설명, 조명·영상의 업그레이드, 박진감 넘치는 무술 등. 배우 입장에서는 또 어떤 부분이 변했나?
▲초연에 비해 무대장치들이 많이 들어왔다. 초연에 못했던,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이 들어와서 좋았다. ‘이등병’에서 ‘서른 즈음에’로 넘어갈 때 더 멋있어졌고 풍성해졌다. 또 20대는 뭐든 열심히 하는 신입사원, 40대는 독사 같은 인물로 더 신경 써서 표현했다.
-‘변해가네’에서 나시티를 입고 나온다. 아무래도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한 직업이다 보니 관리에 대한 부담이 있겠다
▲(부담감이) 완전 있다. 게다가 올해는 앙상블 몸이 너무 좋다. 트레이너 출신도 2명이나 있다. 헬스로 체중관리를 하는 편이다. 많이 먹어도 운동을 하니까 얼굴에는 안 찌더라. 작은 목표가 생겼는데… 삼연 때는 꼭 복근을 공개하고 싶다(웃음).
-극중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내 사람이여’ 넘버를 부를 때 정말 힘들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난다. 한 번은 감정대로 울면서 노래를 했더니 소리가 안 나더라. 적당한 감정선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게 참 힘이 드는 것 같다. 무영이한테 미안하고,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자리를 지키고 싶고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또 싸움 신을 하고 나면 숨이 차고 고음에서 고비가 또 온다. 정말 원기옥을 모은다.
-넘버 중 가장 마음이 가는 넘버는 무엇인가?
▲‘서른 즈음에’다. 가사 하나하나가 와닿는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등 그날 기분에 따라 공감이 되는 부분이 다르다. 멜로디며 가사까지 요즘 제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다.
-마지막으로 늘 든든하게 힘이 되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항상 공연을 봐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외롭거나, 지치거나, 심심할 때 언제든 오셔서 공연 보시고 스트레스를 풀고 가셨으면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신해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팬들에게 그런 추억을 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응원하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한편, 뮤지컬 ‘그날들’은 1월 18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공연한다. 배우 유준상, 이건명, 최재웅, 강태을이 정학 역을 맡고 김승대, 오종혁, 지창욱, 규현이 무영으로 출연한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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