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게시판에는 ‘내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회사 내부 e메일로 인증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 Mf****’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465자짜리 글은 5일 0시 50분(현지 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086편(A380 기종) 항공기에서 있었던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을 신속하게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공개된 글은 "음료와 마카다미아넛츠를 서비스 하던 승무원이 조현아에게 혼이 남"이라며 사견의 결과를 먼저 언급했다.
이어 "왜 음료와 마카다미아넛츠를 줄 때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고 조현아 부사장에게 해당 승무원이) 한참 질책을 받고 있는 상황. 이를 본 사무장에게 조현아 부사장이 규정에 관해 질문. (사무장이) 조양호 회장의 하사품인 갤럭시노트 10.1을 꺼내 규정을 보여줌"이라고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작성자는 "당연히 잘못이 없는 객실승무원. 당황한 조현아 부사장 무안한 상태에서 사무장을 향해 던진 한 마디 '내려!'"라며 '땅콩리턴' 사건 언급을 마무리 지었다.
해당 글을 접한ㄴ 직원들은 “기가 막힌다” “바깥에 알리자”라는 댓글을 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결국 사건의 전말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것.
이른바 ‘땅콩리턴’ 사건은 조현아 부사장이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항공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으로, 이 때문에 해당 여객기가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는 ‘램프리턴’을 해 승객 250명의 도착 시간이 11분 지연됐다.
땅콩리턴 사건이 보도되자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사무장)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고, 매뉴얼 사용법조차 모른 채 변명과 거짓으로 둘러댔으며, 이에 대한 지적은 당연한 것”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일의 잘못을 승무원에게 돌리는 해명으로 오히려 화를 키웠다.
뿐만 아니라 땅콩리턴 사건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며 비판을 받자 국제 망신이라는 의견 또한 커지며 한진그룹 3남매의 과거 논란이 됐던 행적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등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결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9일 파리 출장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임원회의를 열고 큰딸인 조현아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현아 부사장은 임원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 및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러우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땅콩리턴 논란으로 조현아 부사장은 본부장 직책에서 모두 물러나며 보직에서 사퇴했지만, 부사장 직위와 대한항공 등기이사, 칼( KAL)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은 유지해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본부장,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객실승무본부 본부장을 겸임해 왔다.
조현아 부사장 '땅콩리턴' 소식에 누리꾼들은 "땅콩리턴도 황당한데 메신저 검열까지?" "땅콩리턴에 메신저 검열, 회사 수준 보인다" "땅콩리턴 조현아 부사장, 윗사람이 회사 이미지 다 말아먹네" "땅콩리턴 조현아 부사장직은 유지하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뉴스팀
사진=MBN 뉴스 영상 캡처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