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김윤진, 독일어보다 더 어려운 부산 사투리

[스포츠월드=한준호 기자] 영어는 물론, 독일어에도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 배우 김윤진이다. 그런 김윤진을 ‘맨붕’에 빠뜨린 것은 부산 사투리였다.

“독일어보다 더 어려웠던 게 부산 사투리였어요.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했어요. 부산 사투리가 너무 까다롭잖아요. 현장에서 하면, 어색하니까 계속 연습했어요. 출연진 중에도 부산 현지 분들이 많다보니 주변에서 한 마디씩 하는 걸 듣느라 정신 없었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또 너무 세다고 하시고 그래서 감독님만 따라 했죠.”

영화 ‘국제시장’(윤제균 감독, JK필름 제작)에서 김윤진은 파독 간호사로 광부 덕수를 만나 부산에 살게 된 영자 역을 맡았다. 영자의 젊은 시절부터 노인 시절까지 연기해야 했는데 특히, 노인 분장을 하고서는 부산 사투리를 써야 했다. 수십 년을 부산에서 산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조건 때문에 토박이 부산 사투리가 아니라 좀 다른 분위기를 풍겨야 했던 것.

“할머니 사투리는 감독님께서 굉장히 하이 클래스 사투리를 써야 한다고 하셨어요. 후시 녹음 때 신인배우처럼 감독님이 해드폰으로 해주시는 걸 따라 했죠. 너무 세게 하면 고급스럽지 않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감독님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하셨으니 또렷한 이미지가 있었던 거예요.”

17일 개봉하는 ‘국제시장’은 한국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일종의 대서사시와 같은데 덕수 역의 황정민을 중심으로 김윤진은 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내 영자를 통해 예쁜 간호사부터 억척스러운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곱게 늙은 할머니까지 소화해야 했다. 특히 미드 ‘로스트’ ‘미스트리스’ 등에 출연할 정도로 영어가 익숙한 김윤진은 이번 작품에서는 파독 간호사로 독일어 연기까지 했는데 부산 사투리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던 셈이다.

“어젯밤에 광주에서 무대인사가 있었어요. 광주는 처음 가봤어요. 부산 갔다가 광주 가서 무대인사를 하고 서울에는 밤 11시에야 도착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난리 났어요. 그래서 피곤하지 않아요. 좋은 에너지를 받은 기분이에요.”

‘국제시장’은 2년 전 김윤진에게 시나리오가 왔다. 지난해 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가서 겨울에 접어들고나서야 끝났다. 그리고 길고 긴 후반작업이 있었다. 

“비슷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타국에서 뭔가 시작한다는 마음은 이해가 갔어요.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어머니께서 처음 이민 갔을 때 양로원에서 일하셨다. 영화에 등장하는 영자의 비슷한 유니폼을 입고서요. 아버지는 독일은 아니지만 쿠웨이트 건설회사에서 일하신다고 늘 부재 중이었던 시절도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장사를 하기도 했어요. 10살 때부터였는데 머그잔을 팔았죠. 덕수네 가게처럼 잡화상이었죠. 그 장사도 재밌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 너무 좋은 인생 공부였어요. 한국에서도 가난했었고 그 때 그 시절은 가난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놀랍다.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스타 김윤진에게도 한국에서의 가난했던 추억이 있었다니.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이 분명, 한국에도 존재했다. ‘국제시장’ 촬영이 김윤진에게도 가난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셈이다.

내년 2월이면 다시 미국에 가서 미드 ‘미스트리스’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김윤진. 요즘 영화 홍보 외에는 남편과 함께 전국의 맛집 기행을 돌고 있단다. 어쨌든, 이번 작품으로 김윤진은 생활연기도 가능한 연기파임을 입증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김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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