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 초년성공의 위험

사람이 살면서 꼭 피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얼까. 옛날부터 인생에서 만나지 말아야 할 세 가지로 초년 등과, 중년 상처(喪妻), 노년 궁핍을 꼽는다. 중년의 나이에 처를 잃는 것이나 노년의 가난은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 일로 만나야 하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금세 가늠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년 등과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쉽다. 등과라 함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니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것을 왜 피해야 한다는 것일까. 무조건 빨리 그리고 성공을 외치는 현대사회의 기준으로 본다면 성공을 빨리하면 좋은 것 아닐까.

초년의 성공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그런 성공이 가져오는 후유증이 오히려 더 안 좋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를 때 성공을 하면 교만한 마음이 생기게 되고 그 이후의 일을 더 그르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교만함과 오만함은 성공한 어린 시절로 그치는 게 아니고 전체 인생의 중반이나 후반까지 영향을 미쳐서 결국 인생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피해야 할 세 가지 중에서도 초년 성공은 가장 안 좋은 것으로 여긴다.

역학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여서 초년 성공을 반기지 않는다. 운세의 흐름에는 공식 같은 것이 있다. 인생의 초창기에 좋은 운세가 이어지면 나중에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됐을 때는 그런 운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초년성공으로 자신의 능력과 운세를 지나치게 과신하는 바람에 갈수록 일이 풀리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초년에 고생을 한 경우는 오히려 그 고생을 바탕 삼아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므로 운세가 피어난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L씨는 초년 성공의 대표적인 경우다. 어려서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패션업체에 취직을 했다. 취직할 때 계획했던 대로 이 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곧바로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고생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예상과 달랐다. 일 년 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 것이다. 그게 서른 살 때였다. 기세를 타고 무섭게 사업을 확장한 L씨는 업계에서 무서운 아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성공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오만과 자만에 빠져든 그는 여기저기서 자신의 능력과 수익을 자랑하고 다니기 바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재수 좋게 돈 많이 번 젊은 사장의 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런 상태로 사업이 잘될 리 없었고 확장하던 속도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사업은 추락했다. 결국 지금은 작은 옷가게를 하면서 재기를 꿈꾸는 신세가 됐다. 그의 지금까지의 운세를 보면 굴곡이 무척 심한 파도를 타고 있는 형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초년 성공의 운이었다. 너무 좋은 운세가 젊은 나이에 큰 에너지를 쏟아 붓게 했고 그 에너지는 그대로 새어나갔다. 차라리 운세가 조금씩 피어났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초년 행운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면, 사주에서 초년 운세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천천히 뜨거워지고, 찬찬히 자리를 다지는 운세가 인생을 살찌게 한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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