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FA(자유계약선수) 원소속구단 우선협상의 마지막 날인 26일 박용택과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을 끝냈다. 며칠 동안 밀고당기기를 계속하다, 협상이 험난해지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박용택을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주저앉혔다.
박용택은 2010년 첫 번째 FA 계약에서 지나친 옵션을 넣어 후회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두 번째 FA에서는 더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LG 유니폼을 벗을 위기도 있었다.
그런데 LG와 박용택의 협상 가운데는 술기운이 있었다. 첫 협상에서 냉랭했던 반응이 25일 두 번째 만남에서 급호전 모드로 돌아섰는데, 여기에 ‘술자리 협상’이 있었던 것이다. 백순길 LG 단장과 박용택이 밤늦게까지 술집에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고, 복국으로 해장까지 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백순길 단장은 2년 전 당시 캡틴 이병규(9번)와 FA 계약을 성사시킨 장소도 술자리였다. 물론 그 때 이병규는 어차피 LG를 떠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번 박용택보다는 훨씬 다루기 쉬운 상대였다. 그래도 금액에 대한 약간의 ‘밀당’은 존재했던 모양이다.
이병규와 며칠간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결국 3년 총액 25억 5000만 원에 FA 계약을 끝냈다. 백순길 단장과 이병규가 마지막으로 “오케이”를 외친 것은 술잔을 들고서였다.
이렇게 LG는 연속으로 두 건의 굵직한 FA 계약을 술자리에서 해결했다. 이처럼 ‘술자리 협상’이 가능했던 것은 이병규와 박용택이 LG에 입단해 캡틴급으로 성장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단장과 술을 먹으면서 구단이나 선수단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급’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백순길 단장이 술을 좋아하는 영향도 있다. 백 단장은 술이 들어가면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선수들도 마음을 열게 만든다.
물론, 술자리니까 해프닝도 나온다. 이병규의 25억 5000만원은 처음에 그냥 25억원이었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구두 계약을 끝낸 후 이병규가 “계약금은요”라고 물었다. 단순히 연봉과 옵션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5000만원을 계약금으로 얹어줬다.
배진환 기자 jb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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