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 안 좋은 말에 귀 기울여야

운세를 보러가거나 사주를 보러 가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백이면 백 모두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벌여놓은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말이나 재물운이 기운을 떨치고 있으니 뜻하지 않은 소득을 얻게 될 것이라는 말들을 원한다. 물론 희망적인 이야기, 좋은 이야기를 원하는 게 당연하다. 사업은 흔들릴 것이고 혼인은 파탄에 이를 게 뻔하며 건강에 문제가 생겨 큰 병을 앓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평안과 풍요를 손에 넣고자 하는 건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문제는 너무나 좋은 이야기만 얻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앞날에 안 좋은 일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때 사주를 본다. 지금 벌이는 일들이 잘 될까 궁금해서 보기도 한다. 운세가 막힌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 방법을 찾고자 할 때도 본다. 사주를 보러가서 긍정적이고 좋은 이야기만 듣는 게 가장 좋을지 모른다. 바라는 바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좋은 소리만 기대하면 안 된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말은 사탕처럼 먹기 좋고 달콤하기만 한 말이 아니다. 미래에 있을 어떤 안 좋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된다. 좋은 일은 어떤 조처를 취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이미 좋은 일이다. 대비나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삶에 나쁜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나쁜 일은 어떤가. 작은 흠집부터 시작해서 인생에 치명적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런 일이 있다면 미리 알아보고 대비를 해야 한다. 나쁜 영향이 최소화 하도록 대비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않으면 멍하게 있다가 쓸려오는 검은 파도에 당하게 된다. 많은 경우에 사주를 보는 것은 이렇게 나쁜 일에 대비를 하려 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주를 보고 좋은 이야기만을 듣는 것은 의미가 그리 크다고 하기 힘들다. 어떤 나쁜 일이 있을지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 미래에 생길 일을 내다보고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부쩍 사주 보는 발길을 자주하는 분이 있다. 작은 공장을 경영하는 분인데 제천에 새로운 공장을 세워서 문을 열게 된 것이 일 년 전이었다. 공장을 늘린다는 건 사업이 그만큼 잘 된다는 말과 같다. 지방에 공장을 증설할 정도로 사업이 활황이니 얼마나 기분이 좋을 것인가. 제천공장 준공식을 열기 전에 공장의 풍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며 찾아왔다. 지을 때부터 풍수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런데 풍수가 아니라 사주를 감싸고 있는 운세가 눈에 뜨였다. 급하게 힘을 잃고 있었고 그 달에는 거의 바닥에 닿아 있었다.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몸과 마음을 신중하게 유지하라고 권했다. 제천공장의 준공식에 가야한다는 걸 말리고 또 말렸다. 지금 있는 자리를 벗어나면 좋지 않을 게 뻔했던 것이다. 결국 준공식에는 부사장과 간부들만 회사버스로 갔는데 중간에 교통사고가 났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 이후로 그 분은 미심쩍은 일이 있을 때면 상담을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안 좋은 운세를 뒤집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미리 알고 대비를 하면 일이 생기기 전에 막거나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피하기 힘든 나쁜 일들이 주는 충격을 줄이면 삶은 한결 평안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사주를 보러갔을 때 좋은 이야기보다는 앞으로 생길 나쁜 일들을 알아오는 게 더 중요하다. 사주상담을 하면 너무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삶을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www.saju4000.com 02)533-8877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