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길 기자 G세상바로보기] 벼랑끝 게임시장 방어율에 몰리다

게임산업 전방위 위기에 직면해
지스타 일회성 지양에 개혁시급
“올해 지스타를 둘러본 결론은 ‘어떻게 하면 양질의 중국 게임을 들여올 수 있을까’로 귀결되네요.”

한 중견 게임 기업 대표는 이번 지스타 기간을 마감하면서 이렇게 운을 뗐습니다. 길게는 1년 이상 자금을 투입해 만들고 시장에 내놓아봤자, 구글과 카카오의 몫인 이른바 ‘50%’ 수수료를 제하고 개발사와 서비스가 양분하면 손에 쥐는 질량이 왕창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사의 경우 마케팅 비용 등 각종 활동비를 빼면 실제 벌어들인 돈은 15% 남짓. 그는 “계산해보면 최소 100억원을 벌어야 투자비 명목으로라도 본전이 된다”고 한탄합니다. 정작 100억원을 벌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여서,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든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손쉬운 방법만 골몰하게 됩니다. 의욕저하로 인해 굳이 국산이 아닌 외산, 이 중에서도 모바일 시장에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명분을 자극합니다. 텐센트나 쿤룬 같은 중국 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파상공세을 벌이면서, 시장의 빛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한 과정이 담보돼야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직접 서비스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는 요인이 됩니다. 감히(?) 서비스할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유통사와 제작사가 수지타산을 따지면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겁니다.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업계는 자금이 선순환되는 구조도 깨지기 십상입니다. 탄식하는 목소리에 일리가 있습니다. 게임 생태계가 벼랑끝에 몰렸습니다.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한 2014년은 한해를 마감하고 미래를 진단하는 성격이 짙은 지스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일반 관객 전용 공간(BTC)이 화려하게 꾸며졌지만, 2만6000여 평방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공간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모바일이 번성하면서 상대적으로 시연되는 규모가 작아진 연유입니다. 함께 출전한 액토즈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는 딱히 실감나는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마나 기업 전문 부스(BTB)는 중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나름 성과를 챙긴 건 수확입니다. 일본에서 온 한 인사는 “한국 게임 기업들과 상담하는 기회가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고, 박진배 아이디어박스게임즈 대표는 “국내·외 서비스사 및 투자사, 개발사 인사들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합니다.

앞선 사례는 곧 지스타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호사스러운 포장을 버리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규모가 전부는 아닙니다. 변화된 시장 분위기에 맞게 시너지를 창출 수 있도록 형태든 장소든 뭐든지 과감한 개혁이 선행돼야 합니다. 넷마블게임즈와 위메이드, 네시삼십삼분 등 스타급 모바일 게임 기업들이 지스타 출품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온라인 게임의 호황기를 경험한 어느 인사는 “예전에는 공격적으로 타율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전개했지만, 이젠 얼마나 선방했는지를 따지면서 방어율에 신경을 써야하는 처지”라며 “그만큼 시장 여건이 어렵다”고 지금을 설명합니다. 긴 호흡으로 성공 비율을 높이던 과거와는 달리, 어느 덧 투자의 개념도 ‘될성싶은 곳 위주로’라는 공식이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스타는 게임을 소개하고 알리는 1차원적 단계를 넘어, 더 많은 양질의 작품이 시장과 조우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눈요기에 그치는 소비적인 일회성 행사는 작별을 고해야 합니다. 잠재성을 집어주고 동력을 이끌어주는 역할이야말로 지스타가 당연시 해야할 목표이자 목적입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