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관운 있는 사주

지난번에는 고위직 승진을 앞두고 있는 공무원 두 사람이 상담을 청했다. 상담을 온 날짜도 하루 차이로 거의 같았고 상담 내용도 둘이 똑같은 것이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직장에서 자신의 입지를 제대로 다지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인사, 즉 승진을 하게 될지 궁금해 했다. 근무하는 곳은 달랐지만 직급 역시 같았는데 고위직으로 들어서는 인사의 첫 발이다보니 무척 신경을 쓰고 있었다.

똑같은 직급에, 똑같이 승진을 앞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자신의 자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놓은 두 사람. 둘 중에 누가 돌아오는 인사에서 승진 가능성이 더 높을까. 두 사람의 사주를 보면 둘 다 관운은 있는 편이다. 관운을 어느 정도 타고 있는데다 노력을 많이 하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두 사람 중에 A씨는 인수(印綬)가 없는 사주이다. 성품이 좋아서 아랫사람을 잘 챙기고 책임감도 강하다. 성실한 것 역시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B씨는 인수가 있는 사주이다. 성품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다. 남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데 뛰어나다. 정치적 감각이 좋아서 윗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둘의 사주를 보았을 때 승진할 가능성은 B씨가 더 크다. 인지상정으로 보아서는 A씨가 승진을 하고 더 높은 자리까지 가야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하직원들도 A씨의 승진을 원하겠지만 사주로 보아서는 아니다. 두 사람은 모두 관운이 있지만 한 사람은 인수가 없고 한 사람은 있다. 인수 운은 공무원이나 공직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운이다. 사주에 인수가 있으면 어려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미친다. 조상의 덕을 그대로 타고 나거나 유산을 풍족하게 물려받는 경우가 많고 부모 또한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탄탄한 기반을 갖게 되는 행운을 누린다. 직장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는 운이어서 평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A씨와 B씨는 비슷한 관운을 갖고 있는데 인수가 있고 없음에서 큰 차이가 난다. A씨는 업무에도 충실하고 아랫사람들 잘 챙기며 인격적으로 훌륭하지만 고위직으로 가는 길에는 어느 정도 제한이 생기게 된다. 사주에 인수가 없으면 일을 열심히 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밀리는 일이 잦아진다. 결국 스스로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B씨는 이기적이지만 사주가 받쳐주는 게 장점이다. 평소에 정치적 감각을 발휘해 윗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놓은 것도 도움이 된다. B씨는 고위직 공무원으로 가는 길에 순탄하게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 뒤에도 운세는 도움을 주겠지만 자신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이 많아지게 된다.

사람의 일이라는 건 이렇게 자기가 원하지 않아도 사주에서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다. A씨 같은 경우에는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승진하는데 부족할 것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기에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로 인정을 해야 한다. 억울해서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세상일이 분노로 풀리지는 않는다. B씨는 사주와 정치적 능력까지 더해서 돌아오는 인사 때 승진을 하게 될 것이다. A씨는 승진문제에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을 정하고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그때부터는 평안한 삶이 될 수 있으니 나쁜 운세라고 할 수는 없다.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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