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의 소치 레터] 일본 기자들,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를수 있나요?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13일 새벽(현지시간) 김연아의 입국 현장을 취재하고 온 저는 아침에 일어나 기사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한 일본 언론은 이날 새벽 아들레르 국제공항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는데 보도 내용이 사실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도쿄스포츠’라는 스포츠매체는 “아무 권한도 가지지 않은 한국 취재진은 마음대로 테이프를 둘러 김연아의 동선을 확보했다. 막무가내로 한류 취재 스타일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이렇습니다. 한국 사진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한 가장 큰 이유는 김연아를 보호하기 위해섭니다. 김연아가 입국장을 빠져 나오면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이에 혹시 발생할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포토라인을 설치한 것입니다. 물론, 일본어에 능통한 한국 사진 기자가 이 사실을 일본 취재진에 전했고, 일본 기자단 일부에서는 “오~! 좋은 아이디어”라는 탄성까지 나왔습니다.

그렇게 포토라인이 설치됐습니다. 그러나 이 포토라인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김연아가 입국장에 들어서자 예상대로 질서는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취재 질서를 깨뜨린 것은 일본 취재진입니다. 포토라인을 무시한 채 일본 사진기자들이 김연아를 향해 막무가내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습니다.

또 하나, 일본 취재진 중 한국어에 능통한 기자가 없는듯 했습니다. 때문인지 일본의 한 기자 한국 취재진에 다가와 김연아의 인터뷰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일본어에 능통한 한 기자가 직접 김연아 인터뷰 내용을 전했습니다. 일본 취재진은 연신 이 기자에게 “고맙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이런 보도가 나왔고, 통역을 해준 이 기자는 “겉과 속이 너무 다른 기자들”이라며 분개했습니다.

지난 7일 한국 취재진은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일본체육회에서 대한체육회에 피겨 단체전에 출전한 아사다 마오에 대한 인터뷰를 한국 취재진과 별개로 하길 원한다는 요청을 했습니다. 갑작스런 요청에 기분은 나빴지만 한국 기자들은 아무런 대응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이날도 한국과 일본 양국이 함께 김연아의 인터뷰를 취재했습니다. 겉과 속이 너무 다른 일본 취재진, 왜 이렇게 까칠한 걸까요. 

정세영기자 ni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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