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확대경] ‘감격시대’로 보는 무협 현대극 계보는?

‘나 유지광은’으로 시작하는 KBS 2TV 드라마 ‘무풍지대’를 기억하는가.

1950년대 정치깡패들의 이야기를 다룬 ‘무풍지대’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칼이 아닌, 주먹과 각목이 난무하던 조직폭력배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이 드라마에 담겼고 당시 신인이었던 유지광 역의 나한일과 이영숙 역의 유혜영을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라서게 만들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에 야합해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했던 암울한 시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때마침 찾아온 민주화 이후 자유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1988년 6월28일 첫 방송을 거쳐 1989년 9월7일까지 1년 이상의 방영 기간 동안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이정재 사단과 그 휘하에서 남다른 싸움실력을 자랑했던 유지광의 이야기가 펼쳐져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실제 유지광이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했던 이 드라마는 안방극장에서 주먹의 이야기를 다룬 거의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의 영향이었는지 모르지만 이듬해인 1990년 6월9일에는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면서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자 배우인 김을동의 부친인 김두한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장군의 아들’이 흥행대박을 치며 3편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1999년에는 차인표를 주인공으로 한 거지왕초이자 주먹이었던 김춘삼을 주인공으로 한 MBC 드라마 ‘왕초’가 5개월간 방영돼 인기를 모았다. 김두한의 친구로 그려진 김춘삼을 통해 색다른 주먹세계의 이면을 그렸다. 

2002년에는 SBS도 주먹의 세계를 그린 작품을 선보였다. 바로 ‘야인시대’였다.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로 청년 시절 김두한을 연기한 안재모가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 박준규, 이혁재 등이 출연해 20세기 중반 무렵 한국의 주먹세계를 그렸다.

이처럼 10여년 주기로 주먹 세계를 다룬 드라마들이 선보여왔다. 이번에 KBS가 야심차게 제작한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은 좀 더 범위를 넓혀 중국을 배경으로 한-중-일 주먹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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