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역삼동·피맛골·구파발, 서울의 馬지명 어디?

우리 삶 곳곳에 말과 함께했던 흔적들이 남아있다. 서울 역삼동·역촌동·구파발은 파발마와 관련된 곳이며. 말죽거리도 이괄의 난을 피해 피난길에 오르던 인조 임금이 말위에서 죽을 얻어먹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4 갑오년 말의 해를 맞아,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과 관련된 지명들을 찾아봤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유명세를 탄 서울 양재역 일대의 말죽거리는 현재 서울 서초구 양재역 사거리 일대를 가리킨다. 이 일대는 서울 도성을 나와 삼남으로 출발하는 지점에 위치해 서울 도성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말죽거리가 마지막 주막이었기에 많은 여행자들이 이 일대에서 여장을 풀고 먼 길을 걸어온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또 1624년 ‘이괄의 난’ 때 인조 임금 일행이 남도지방으로 피난하면서 허기와 갈증에 지쳐 이 일대에서 급히 쑤어온 팥죽을 말 위에서 마시고 부랴부랴 과천으로 떠났다는 설도 있다.

지금은 ‘맛집 골목’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피맛골도 말과 관련된 지명이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뜻의 ‘피마’에서 유래했는데, 피맛골이 서민들의 식당과 술집으로 유명한 점을 보면 ‘사람은 역사를 사는 존재’라는 말이 실감난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은 조선 초기부터 말을 기르던 양마장이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양마장은 전국으로 소식이나 명령 등을 보내는 ‘파발마’를 기르고 관리하는 곳으로, 이 일대는 근세까지만 해도 넓은 풀밭이 있었다. 말들은 주로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올라왔는데 암놈은 지금의 서울 광진구 자양동으로 보내졌고 수놈은 서울 마장동의 말 목장에서 길렀다고 한다.

인근 뚝섬 일대 역시 동교·전교 등으로 불리며 말과 관련된 여러 업무가 행해졌다. 즉 말을 사육하는 것 외에도 기마병들의 훈련장으로 쓰였고, 임금이 가끔씩 사냥을 즐기던 사냥터이기도 했으며, 말과 관련된 여러 행사의 무대이기도 했다. 

정정욱 기자 jjay@sportsworldi.com

서울 서초구 양재역 사거리 일대를 가리키는 말죽거리는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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