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플레이] 송강호가 연기한 노무현 변호사는? ‘변호인’ 베일 벗다

드디어 뚜껑은 열렸고 실망할 수조차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모아왔던 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이 29일 오후 서울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실존 인물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다룬 영화기에 뜨거운 관심과 기대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올해 ‘흥행킹’에 등극한 배우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다.

확실히 영화는 송강호가 아니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힘을 마음껏 과시한다. 생계를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첫 아이가 태어난 이후 포기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다시 도전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판사 송우석(송강호)은 1981년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온다. 이 도시에서 송우석은 부동산 등기 전문 변호사로 박리다매 떼돈을 번다. 고졸에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송우석 변호사는 세무 전문으로 다시 한 번 대박을 치게 된다. 특히 좋은 대학 나온 동료 변호사들의 질시를 받으면서도 우직하게 부산 지역에서 내로라 하는 변호사로 출세를 보장받게 된 것.

사실 송우석 변호사는 7년 전 헌책방에 팔았던 고시 서적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늘 챙겨주던 한 국밥집에서 밥값을 계산하지 않고 도망간 적이 있다. 7년만에 성공한 법조인이 된 송우석 변호사는 그렇게 오랜만에 국밥집을 찾아 고마움을 표시한다. 하지만 국밥집 아주머니(김영애)는 신세는 돈으로 갚는 게 아니라 얼굴과 발로 갚는 거라면서 주는 돈을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날 국밥집이 문을 닫는다. 1981년은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하고 나서 서울 등 대도시에서 대학생 등을 간첩이나 좌경용공세력으로 조작하는 공안 사건들이 수시로 벌어지던 암울한 시기였다. 국밥집 아주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진우(시완)도 그렇게 누명을 쓰고 잡혀간 것. 결국 간곡한 국밥집 아주머니 송우석 변호사는 잘나가던 세무전문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해지는 순간이 많다. 그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처절하리만치 빼어난 감정 전달력을 갖고 있다. 완벽한 1980년대 초반의 부산 시대상을 재현한 제작진의 재주와 기술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든다. 무엇보다 고인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영화의 힘은 제대로 살아있다는 평가를 하게 만든다. 12월19일 개봉.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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