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감 앞세운 '도타2' 태풍의 핵 되나

66주째 1위 '롤 천하' 저지할 대항마 '도타2' 부상
초반 미지근한 반응 딛고 한국화로 유저충성도↑
20억원 걸고 e스포츠 붐 조성… 후발 한계 극복

 

 국내 게임 시장에 불어닥친 이른바 ‘롤 천하’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롤’(LoL)은 라이엇 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영문 약칭이자 애칭으로 불린다. 그동안 유사 장르(AOS, 전략 요소를 강조하면서 공성전 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기능을 곁들인 방식)로 대적할 주체가 변변치 않았던 까닭에 ‘롤’은 국내 게임 시장을 1년 이상 쥐락펴락하고 있다. 실제 PC방 조사사이트 게임트릭스 기준으로 ‘롤’은 66주 연속 시장 1위를 이어가면서 점유율도 40%를 훌쩍 넘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유력 IP(지적재산권)들이 국내 진출하면서 ‘롤’ 독식 체제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낸 쪽은 ‘도타2’다. ‘롤’과 마찬가지로 미국계 게임 기업 밸브에서 제작했고, 국내 판권은 넥슨이 소유하고 있다. 홈 그라운드인 북미에서는 ‘도타2’가 ‘롤’의 뒤를 바짝 추격하면서 한때 앞선 기록도 있다. 정식 서비스 전부터 박빙의 승부를 벌일 정도로, ‘도타2’의 게임성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넥슨은 지난 25일 ‘도타2’의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앞서 3개월간 맛보기 형태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반응이 미온적이었다. 억단위 금액을 걸고 전문 e스포츠 구단 육성책을 발표하고, 연계한 리그도 출범했으나 이용자들은 “정식 서비스가 언제 시작하느냐”는 질문만 반복했다. 이 사이 ‘롤’이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일명 ‘롤드컵’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하지만 넥슨은 바빠진 걸음만큼, 정식 서비스에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귀면무사’(Ghost Face Warrior) 영웅 세트와 장승·첨성대 모습을 형상화한 시야확보용 ‘와드’(Ward) 등 한국형 아이템을 전면에 배치해 친숙함을 살렸다. 이는 넥슨이 독자 추진한 ‘도타2 창작마당 공모전’의 당선작이다. 공모전은 가장 한국적으로 ‘도타2’를 디자인한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유저들의 동참을 발판으로 충성도를 제고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판단도 한몫했다. 넥슨은 결과물을 게임에 도입하면서 선순환시킨다는 복안이다. 시범 서비스 기간 체험한 유저 전원에게 태극마크 문양이 포함된 ‘태극의 보석’ 아이템도 지급했다.

 e스포츠가 AOS 장르의 중흥을 일군 주역으로 조명받으면서, 넥슨은 연간 리그에 20억원을 조성하는 등 이 분야를 집중 보강한다. 특히, 신작이라는 한계를 ‘원점에서 다시 대결한다’는 장점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각오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게임 내 유저들의 순위가 정해진 ‘롤’과는 달리, ‘도타2’에서는 실력에 따라 각자의 입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래성이 있다”며 “유일한 대항마로서 콘텐츠와 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고 했다.

 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 ‘도타2’(dota2.nexon.com)는 자신의 영웅을 조종해 상대 진영의 본진을 점령하는 게 골자다. 완성도 높은 밸런스와 최신 소스(Source)엔진에 기반한 고품질 그래픽, 진화된 매치메이킹(Match Making) 시스템이 백미다. 북미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동시접속자수 53만명을 돌파했고, 월 680만명의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