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금뚝' 백진희 "연기는 내 전부… 한길만 가고 싶다"

‘금 나와라 뚝딱’이 종영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때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것 같다.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한지혜 못지않게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정몽현 역을 맡은 백진희다. 바람둥이 남편 박현태(박서준)와 정략결혼으로 시작해 로맨스로 끝난 애절한 사랑을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무엇보다 극중 백진희는 시댁의 냉대와 설움을 딛고, 끝내 현태의 마음을 열며 21세기 현모양처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가 우는 장면에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고 싶을 정도로, 백진희의 연기는 리얼 그 자체였다. 사실 백진희는 ‘하이킥’ 캐릭터로 대중에게 각인돼 극 초반 시청자들은 몽현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가득했다. 하지만 백진희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며 연기 변신에 성공, ‘배우 백진희’를 대중에게 보여줬다. 수많은 남성을 설레게 한 백진희,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 ‘금 나와라 뚝딱’에서 한지혜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에이∼ 그런 거 없어요. 식당 갔을 때 아주머니께 사이다 서비스 정도는 받았죠(웃음). 그것도 드라마 중간에나 그랬지, 후반에 갈수록 전과 다름이 없었어요. 오히려 몽현-현태 커플이 함께 있을 때 많은 사랑을 받았죠.”

- 극중 우는 장면이 정말 많더라. 깊은 감정신을 소화하는데 힘들지 않았나.


“무엇보다 눈이 너무 아팠어요. 우는 장면을 자주 찍다 보니, 어떤 장면에선 핏줄까지 보이더라고요. 핏줄이 계속 터져있는 상태에서 계속 울다 보니, 에너지 소모도 컸어요. 긴 흐름을 따라가야 했고, 감정선이 깊은 캐릭터여서 촬영 당시엔 힘들었죠.”

- 몽현 캐릭터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특히 현태 복근을 볼 때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정말 귀엽더라.

“예상보다 큰 사랑을 받았죠. 원래 몽현이는 애교가 있는 캐릭터가 아닌데, 현태의 마음을 열면서 저 스스로 애교가 생겨난 것 같아요. 어린 여자의 애교랄까요. 특히 현태 복근 장면은 깜짝 놀랐어요. 제가 ‘하이킥’ 때 모습을 아직 못 버렸나 싶었죠. 방송보고 많이 자책했어요. 그 장면은 몽현이 같지 않았어요. 제 모습이 튀어나온 것 같았죠.”

- 몽현의 연기는 절제된 연기에서 오는 감동이 남달랐다.

“사실 감정의 폭이 들쑥날쑥한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튀려면 튈 수도, 오바하려면 오바할 수도 있었죠. 그런 것들은 ‘하이킥’ 때 많이 경험했어요.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가면 캐릭터를 벗어나잖아요. 작가님들이 만들어준 캐릭터에 해를 입히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최대한 캐릭터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죠.”

-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장면은.

“억지로 현태와 헤어지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에 제게 왔을 땐 모든 걸 내려놨어요. ‘에라 모르겠다. 나오는 대로 해보자’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집중해서 찍었어요. 그땐 4시간 정도 울었던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데 완전히 진이 빠졌어요. 많은 시간,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죠.”

- 이미지 변신에 제대로 성공한 것 같다. 아니, 속 안에 있는 이미지를 꺼낸 것 같다.

“시트콤 ‘하이킥’ 끝나고 참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보면 백진희가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이 ‘하이킥’인데, 그때 찌질한 모습이 너무 부각됐어요. 캐릭터적인 배우가 된 것 같았죠. 제가 할 수 있는 연기가 이게 다일까 봐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어요. 다음 작품에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야겠다고 결심했고, 관련 작품도 많이 찾아봤어요. 다행히 ‘금 나와라 뚝딱’이란 작품을 통해 제 이미지를 찾은 것 같아요.”

-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솔직히 착하기만 하면 밋밋해 보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캐릭터의 진폭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이킥’ 때 부족함을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채워 나갔죠. 변신까지는 아니고 다른 감정과 다른 느낌인데, 그걸 부각시킨다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죠.“

- 조금 다른 질문인데, 백진희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혀넣을까’란 관련 검색어가 나오더라. 여배우에게 이런 검색어는…

“‘페스티벌’이란 영화에서 류승범과의 키스신에서 나온 대사예요. 워낙 강해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런 대사를 하는 여배우가 없지 않나요? 그때 그 캐릭터 이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괜찮아요. 제가 한 건데요 뭐(웃음).”

- 쉴 새 없이 달려온 것 같다. 잠시 휴식기를 가져야 하지 않나.

“시트콤 ‘하이킥’, 영화 ‘뜨거운 안녕’, ‘무서운 이야기2’에 이어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까지 1년 가까이 정신없게 보낸 것 같아요.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봉사활동도 가고 싶어요. 봉사활동은 ‘플랜코리아’라는 단체를 통해 가는 해외 봉사활동인데,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고 싶어요.”

- 끝으로 백진희에게 연기란.

“연기란… 최고의 취미이자 특기, 그리고 제 전부예요. 제 열정을 한 곳에 쏟아부을 수 있을 때, 정말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쳐요. 앞으로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겠지만, 연기라는 한길만 가고 싶어요.”

글 윤기백, 사진 김용학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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