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고운 모래를 직접 밟으며 등산하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다. 모래의 속성상 한 발을 내디디면 반 발이 밀려난다. 서둘러 올라갈수록 그만큼 흘러내림이 커진다. 마음을 비우고 한걸음씩 천천히 올라야 정상에 더 빨리 다다를 수 있다. 집착하고 조바심을 내면 일을 더 그르친다는 우리네 인생의 가르침과도 어쩌면 많이 닮아있다. 명사산을 오르며 깨달은 교훈이라고나 할까.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오를 때의 고생을 차치하고도 남는다. 명사산 정상에서 바라본 저녁 일몰의 풍경은 천하의 절경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베이징 시간을 쓰는 탓에 밤 9시가 되서야 찾아오는 일몰은 서서히 해가 내려가면서 모래산을 오묘한 빛깔로 반사시킨다. 산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초승달 모양의 작은 오아시스 월아천도 붉은 빛을 반사한다. 모래산에 둘러싸인 채 수천 년 동안 내려오면서 어우러진 월아천의 일몰 풍경은 사막의 오아시스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명사산은 중국 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실제 현장에서도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서역 하늘을 붉게 채색한 노을이 돈황의 의미인 ‘타오르는 횃불’처럼 연인들의 사랑을 더욱 깊게하는 것은 아닐지.
일몰 후 사막에는 모래 바람과 별빛달빛만이 남는다. 때가 마침 정확히 추석을 한달 앞둔 시점이라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주변에 연인들을 바라보니 사랑을 달에 빗대 표현한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이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마침 사막의 모래 바람이 불면서, 흥얼거림에 맞춰 모래산이 마치 관현악 연주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랑의 감정이 두근두근 솟아나는 명사산의 밤은 나름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 채 그렇게 깊어져갔다.
돈황(중국)=정정욱 기자 jja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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