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죽지않아', 한국사회와 세대를 담은 에로서사의 극치

이 작품에 비극과 희극이 동시에 갖춰져 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기묘한 재미가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지난 8일 개봉한 저예산 독립영화 ‘죽지않아’(황철민 감독)는 어쩔 수 없이 공감할 수밖에 없지만, 그 동안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은 이 시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락치’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황철민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대선 이후 더욱 격해지고 있는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기로 한다. 한국의 노인 세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엄청난 생존력을 지니게 됐다. 가끔 그들이 영원히 살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단초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죽지 않아’는 이미 2013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고 LG하이엔텍 어워드에서 우수 독립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종실(제사를 지내는 건물) 안 제삿상 앞에 서 있는 해병대 군복을 입은 할배(이봉규)와 손자 지훈(차래형)의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지훈은 할배의 엄청난 유산 상속을 거부한 아버지를 대신해 4년이나 시골에서 할배와 함께 지내는 중이다. 4년 전 할배가 암 투병 중이었기에 지훈은 아버지에게 여러 차례 다짐을 받고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함께 할배의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것. 하지만 어느 순간 할배에게서 검은 머리가 다시 돋아나는 것을 보면서 모든 것을 그만 두고 싶다는 자포자기 심정에 도달한다. 아버지는 민주화 세대, 할배는 산업화 세대로 정치적 이념 때문에 서로 부자간의 연을 끊고 산 지 오래 됐기에 지훈은 자신이 할배의 유산을 독차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그러나 4년만에 지훈은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치듯이 서울로 올라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다. 이 때 친구 소개로 만난 은주(한은비)와의 하룻밤에서 지훈은 술김에 할배와 자줄 수 있겠냐는 말을 한다. 복상사로 할배를 어서 빨리 저세상으로 보내버렸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독립영화다운 화질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함이 없이 독특한 편집과 배우들의 섬세한 내외면 연기가 영화의 흥미를 극대화시킨다. 무엇보다 지금의 세대간 갈등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외면하고 싶었던 세대간 갈등은 이미 외면하기 힘들 만큼 극렬해지고 있는 상황. 도저히 한 가족이라 부를 수 없는 이 세대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과 함께 놀라운 반전은 두고두고 영화를 곱씹게 만든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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