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별계약‘에서 첫 사랑을 위해 이별할 수밖에 없는 애절한 감성을 담은 여인을 연기한 바이바이허. 2011년 중국 내 최고 흥행성적을 낸 로맨틱 코미디 ‘실연33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바이바이허가 한국형 멜로 영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선물’의 오기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의 여주인공으로 대만의 라이징 스타 펑위옌과 호흡을 맞춘 것.
중국 여배우가 한국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게 된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출연 계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적인 분위기와 자연스러운 스타일, 통통 튀는 매력까지 지난 ‘차오차오’ 캐릭터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그녀의 굴곡있는 인생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다른 나라 감독과 작업한다는 것도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제가 한국 드라마, 영화를 즐겨봤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출연하게 됐죠.”
한국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그녀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오지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굉장히 재밌었어요. 하나의 신을 세 번 이상 찍지 않도록 주문했고, 배우들에겐 본능적으로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어요. 오지환 감독은 굉장한 직관력이 있고, 또 감정도 풍부했어요. 슬픈 연기를 하면 옆에서 울고 계셨고, 재밌는 장면에선 함께 웃고 계셨죠. 배우가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함께 몰입해주는 분은 오 감독님밖에 없을 거예요. 한 번은 감독님이 계속 울고 계시길래 ‘왜 울고 있냐’고 물어보니 ‘마누라가 생각나서 운다’고 할 정도로 재치있는 분이였죠.”
영화 ‘이별계약‘은 중국에서 대단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혹시 바이바이허는 한국에서도 흥행을 예감하고 있을까.
“음… 사실 배우는 시나리오를 받고 영화 촬영에 집중하면 그게 끝이죠. 흥행 성적은 배우가 컨트롤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흥행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 본 적도 없죠. 제가 출연한 작품들이 모두 비슷한 멜로지만,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는 이유는 배우와 스태프, 감독이 하나가 돼서 열심히 촬영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영화 속 차오차오는 우울한 캐릭터다. 하지만 현실 속 바이바이허는 결혼한 지 8년이 지났고, 현재 남편,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연기할 때 힘들지 않았을까.
“저는 전문배우예요(웃음). 현재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울한 영화에 몰입을 못하는 건 아니죠. 역할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어요. 배우로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의 큰 기쁨이죠. 오히려 남편과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 영화 촬영이 순조롭지 않았나 싶어요. 이 영화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고 많은 관객들이 힐링한다면, 제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한 게 아닐까요?”
영화의 전반부는 코미디가, 후반부는 애절한 로맨스가 그려진다. 한 작품 내에서 감정의 온도차가 큰 차우차우 역을 연기하기에 힘들지는 않았을까. 또 바이바이허는 극중 차우차우의 모습 중 어떤 모습과 더 닮았을까.
“발랄한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낙관적이거든요. 마지막에 병이 재발하면서 또다시 힘든 세월을 겪었는데, 마지막에 차우차우는 지쳐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소극적으로 변하게 됐죠. 정말 캐릭터가 극과 극을 달리는데, 연기를 해낼 수 있었던 건 제가 ‘전문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상대 배우 펑위옌은 대만에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다. 잘생긴 외모에 조각같은 몸매까지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혹시 바이바이허도 연기하면서 설레지는 않았을까.
“펑위옌은 좋은 배우예요.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저와 성격도 비슷해서 맞는 부분이 많아 즐겁게 촬영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잘 생긴 것 같지는 않아요(웃음). 제일 잘 생긴 남자는 오직 제 남편 뿐이죠.”
한국에서 바이바이허를 ‘대륙의 수지’로 부르고 있는데, 혹시 그녀도 알고 있을까.
“지금은 확실히 알게 됐어요. 제가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서 수지와 함께 거론이 많이 됐죠. 또 한국에 오니 많은 관계자분들이 얘기를 해주기도 했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수지를 검색해봤는데, 뭔가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유일하게 다른 점은 노래를 안한다는 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매’란 타이틀로 함께 연기해봤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바이바이허, 혹시 함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
“원빈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원빈은 중국에 일찍 진출했고, 또 군입대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죠. 군대를 가기 전엔 하이틴 스타로 주목받았다면, 군 제대 이후엔 ‘아저씨’ ‘마더’란 작품에서 내면연기로 승부했죠. 군입대 전후로 이렇게 달라지다니… 한국 배우들이 군대에 빨리 다녀왔으면 좋겠어요(웃음). 한편으론 한국의 중견배우들도 대단하신 것 같다.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받춰줘서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거든요. 가끔은 중국어 자막없이 봐도 중견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어요.”
한국과 중국의 감성 포인트는 다르지만, 굳이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떠나야 했냐는 지적도 많다. 바이바이허는 어떻게 생각할까.
“안그래도 중국에서 ‘왜 같이 살지 않았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이 많았어요. ‘차우차우가 리싱을 떠났어야만 했나’에 대해 저도 고민이 많았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차우차우의 선택을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가장 약한 모습, 병든 모습을 보여주는게 쉽지 않잖아요. 이런 점이 영화 ‘이별계약’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어요. 확실한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기에, 그런 모습들이 연출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포인트죠.”
바이바이허는 영화 ‘실연33일’ ‘이별계약’ 이후 ‘이별 전문배우’란 호칭을 얻게 됐단다. 혹시 차기작도 이별 관련 작품인가 물어봤는데,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하이국제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차차기작은 코믹영화다. ‘전문배우’답게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여인을 완벽 소화한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에서 색다른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윤기백, 사진 김용학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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