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진출이 없었다면?
이승엽(37·삼성)이 드디어 한국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썼다. 20일 문학 SK전에서 대망의 352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기존 양준혁(은퇴)이 보유하고 있던 351홈런을 뛰어넘는 금자탑을 세웠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해 데뷔 첫 해 13홈런을 쏘아올려 역사를 시작한 이승엽은 2013년 드디어 한국프로야구 최다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이제부터 그의 발자취는 살아있는 전설이 된다.
이승엽의 일본생활 8년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엽은 2003년 아시아신기록인 56홈런을 터뜨린 후 2004년 일본 지바롯데로 이적해 요미우리(2006∼2010), 오릭스(2011)을 거치면서 8시즌 동안 한국프로야구를 떠나있었다. NPB 8년 동안 때려낸 홈런수는 159개. 한일통산으로 따지면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은 무려 510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일본진출 없이 한국리그에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홈런을 때려냈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양준혁의 경우, 1993∼2010년까지 18시즌 동안 때려낸 351홈런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이승엽의 기록은 놀랍다. 일본에서 활약하던 8년간의 전성기 시절을 제외하고도 최다홈런을 경신했고, 정확히는 한국에서 11시즌째에 거둬들인 수확이다. 평균을 내면 한 시즌 32개 정도인데다 올 시즌 역시 절반 이상이 남은 터라 그 위용은 더욱 무섭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이승엽이 당시 기준으로서는 부진한 고지였던 30홈런 정도만 매 시즌 때려냈다고 해도 산술적으로는 592개의 홈런이 나온다. 컨디션을 이어갔다면 600홈런 고지는 거뜬히 넘었을 것이라는 게 현장 야구인들의 중론이다. 650홈런 이상을 가정한 야구인도 있었다.
KBO에서는 한일 통산 홈런기록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성기 8년을 제외하고도 이승엽은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가 삼성에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홈런을 때려냈을지 그의 진가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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