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한화 감독은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롯데에서 활약한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두 눈을 번뜩였다. 호세가 이날 화두에 오른 이유는 롯데가 오는 26일 사직 홈 경기에서 ‘응답하라 1999’ 이벤트를 열기 때문. 호세는 1999년 당시 롯데의 상징적인 선수였다. 그해 정규시즌에 타율 3할2푼7리 36홈런 122타점을 올렸고, 이어진 플레이오프에서도 맹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1999년, 20001년, 2006∼2007년 총 4시즌을 국내 무대에서 뛴 호세의 통산 성적은 타율 3할9리, 95홈런 314타점 247득점.
이날 김응룡 감독은 호세에 대한 숨겨 놓은 사연을 공개했다. 호세의 한국행을 이끈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 김 감독은 “호세를 내가 데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면서 “1999년 당시 용병을 뽑을 때 트라이아웃제도로 뽑았는데, 당시 호세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아주 좋은 선수였다. 그런데 호세가 트라이아웃에 안 나오겠다고 해 돈은 원하는 대로 줄 테니 참가하라고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호세는 당시 해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 감독의 설득으로 결국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높은 순번이었던 롯데가 호세를 콕 찍어 데려간 것. 김 감독은 “내가 설득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것은 맞지만 순번을 거슬러 내가 지명할 수는 없었다. 이 사실을 들은 김명성 감독도 ‘호세를 뽑을 테니 양해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트레이시 샌더스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당시 호세에게 오라는 말을 해놓았지만 사실 구단에는 먼저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당시 모기업의 상황이 안 좋아 조금 난감해질 뻔했다”고 껄껄 웃었다.
사직=정세영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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