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멍청하게, 때론 카리스마 넘치게… 지금이라도 달동네에 올라가면 바보 동구가 우릴 보고 웃고 있을 것만 느낌이 들 정도로 김수현의 연기는 영화 속에 제대로 녹아들었다. 또 김수현이 보여준 명품 복근은 여심을 불태울 기세다. 이번 영화는 배우 김수현의 첫 주연작인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 같았다.
“솔직히 부담도 많이 되고, 불안하기도 해요. 첫 주연에서 오는 부담감, 캐릭터를 준비해야 하는 책임감, 바보 연기에 액션신까지 여러 가지 숙제가 많았어요. 액션도 배우고, 몸도 만들고, 북한말도 배우고… 차근차근 준비했던 것 같아요. 부담감은 아직 남아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신감도 있어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김수현의 바보 연기. 그동안 신현준, 조승우, 류승룡 등 명배우들이 실감 나는 바보를 연기했던 터라 김수현의 부담도 컸을 것 같다. 바보 연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었을까.
이번 작품은 남자들의 영화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졌다는 카피처럼, 남자들의 영화이기에 멜로는 전혀 없다. 단 하나, 이현우와 몇몇 야릇한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 혹시 동성애가 아닐까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김수현의 생각은 어떨까.
“원작인 웹툰에서 가장 재밌게 본 부분이에요. 극중 현우가 맡은 이해진이 원류환을 보고 설레는 장면이 영화 속에도 몇 컷 등장해요. 사실 동성애라기보단 선후배 관계로서 존경심이랄까요? 동경에서 오는 설렘을 현우가 잘 표현한 것 같아요. 특히 빨래를 짜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현우의 연기력이 압권이죠.”
일부 팬들은 김수현이 ‘왕에서 바보로 신분이 격하됐다’고 짓궂게 반응한다. 워낙 바보 연기를 잘 소화했던 터라 김수현이 바보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을까, 혹은 이미지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끝으로 김수현이 본 김수현은 어땠을까. 관객 입장에서 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속 김수현의 연기에 대해 물어봤다.
“사실 많이 아쉬워요. 바보 연기도 조금 더 바보스럽게 했어야 했나 싶고요. 엘리트 요원 원류환의 연기, 바보 동구의 연기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지금은 제 모습에 만족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작품을 하다 보면 제 연기에 만족하는 날이 오겠죠? 그때는 다르게 보일 거라 믿어요.”
스크린 첫 주연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김수현. 그는 대중에게 신뢰받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란다. 큰 인기를 얻은 톱스타로 성장했지만, 늘 신인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수현. ‘믿고 보는 배우’ 김수현의 앞날도 은밀하고 위대하게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글 윤기백, 사진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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