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부상과 전쟁 중이다

오는 11∼18일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2013 ISU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면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2005∼2011년 종목별 등록선수현황 자료에 따르면 빙상 종목 등록선수가 2005년 대비 2011년 6년 사이 약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2008년 167명에서 2010년 306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선수층 증가에는 김연아 선수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피겨 스케이팅의 이면에는 힘든 부상을 이겨낸 선수들의 노력이 있었다. 관절척추병원인 웰튼병원의 송상호 원장은 “피겨 스케이팅은 빙상 위에서 기량을 겨루는 경기인 만큼 관절 부상 위험이 더 크다”며 “경기 중 점프 동작이 많기 때문에 고관절이나 무릎 부상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 선수도 겪은 ‘고관절’ 부상, 점프 동작이 고관절 부담 증가시켜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가장 많이 겪는 부상 중 하나는 고관절 부상이다. 고관절은 다리와 엉덩이를 이어주는 관절을 말한다. 고관절은 앉고 일어서는 등의 모든 신체 활동에 관여하는 중요한 관절로, 보행 시 지렛대 역할을 해 상체의 무게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연아 선수도 2008년 고관절 통증으로 4대륙 선수권대회에 불참하기도 하는 등 오랜 시간 고생했다. 당시 왼쪽 고관절 부위 인대가 벌어지고 대둔근과 중둔근이 부었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일반적으로 보행 시 고관절에 걸리는 하중은 몸무게의 2.5~5배에 달하는데, 점프를 하는 경우에는 약 10배에 달하는 무게가 고관절에 실리게 된다. 피겨 스케이팅 중 흔히 나타나는 고관절 부상은 고관절 근육 손상이나 골절상 등이 있다. 또 계속된 관절의 부담과 손상은 퇴행성 고관절염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송 원장은 “고관절 질환은 통증이 허리나 사타구니, 엉덩이쪽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허리디스크 등으로 오인하기 쉬워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통증을 방치하면 치료가 힘들어지는 만큼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통증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프 등으로 지속적인 무릎 충격, 연골판 손상 주의

‘피겨 황제’로 불리는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루센코 선수는 지난해 말 열린 ‘2012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한 복귀로 주목받았다. 그간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던 끝에 찾아온 영광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플루센코 선수는 몇 년 전 무릎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 심해져 연골판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연골판 손상의 주된 원인이 발표되진 않았으나 쿼드러플 토루프가 주특기인만큼 점프에 따른 무릎 부담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점프를 뛰기 직전과 착지 시 무릎이 받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 관절 내에 위치하는 초승달 모양의 물렁뼈로, 무릎을 움직일 때 뼈끼리 부딪쳐 관절 표면이 상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점프 등 지속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찢어지거나 파열되기 쉽다.

반월상 연골판 손상은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 주변부 근육이나 인대에 영향을 미치고 심각하면 조기 퇴행성 관절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빠른 치료가 요구된다. 손상이 적은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법을 시행하지만 손상 정도가 심한 경우 관절내시경을 통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무릎 관절에 작은 구멍을 내고 카메라가 장착된 내시경을 삽입해 직접 손상 부위를 보면서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수술 시간이 짧고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송 원장은 “무릎 부위 손상을 방치하는 경우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발전할 수 있고, 선수 생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기에 빠른 치료가 요구된다”며 “부상 치료 후에는 충분한 재활이나 휴식을 통해 회복 기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장기적인 무릎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원익 기자 wi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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