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야구국가대표팀 감독과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지난 21일 류현진(LA다저스)·김광현(SK)·홍상삼(두산)을 엔트리서 제외하고 서재응(KIA)·이용찬(두산)·차우찬(삼성)을 대신 합류시키기로 결론을 내렸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개인 몸만들기에 집중할 생각이고, 김광현과 홍상삼은 각각 어깨와 발목 부상으로 승선에 실패했다. 추신수 정도만 남아있을 뿐 이제 대표팀 엔트리는 거의 완료 단계다.
그런데 그 명단을 놓고 삼성과 KIA가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일단 3연패를 노리는 삼성은 2013시즌을 생각하면 하등 득이 될게 없다. 사령탑과 김한수 코치를 비롯해 오승환, 장원삼, 차우찬, 진갑용, 이승엽, 김상수까지 팀의 주축선수들이 모조리 스프링캠프에서 빠진다. 2월13일부터 시작되는 WBC 대만 원정을 위해 이들은 모두 삼성의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2월6일~3월초)에 함께 할 수 없다.
아무리 우승팀이라고 해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전술훈련 등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려야하는 중요한 시기에 난감한 일이다. 만에 하나 내년 시즌 삼성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다면 WBC 출전후유증이 도마 위에 오를게 분명하다.
삼성이 우승후유증이라면, KIA는 선발왕국의 피해를 보고 있다. 서재응이 추가로 승선하면서 KIA는 윤석민과 김진우까지 팀내 토종 1, 2, 3선발이 모조리 소속팀 전지훈련에서 빠지게 됐다. 올해 4강에서 탈락해 내년 절치부심 복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KIA 전력의 근간이 모조리 이탈한 셈이다. 이용규를 제외해도 선발 3명 차출은 분명 속이 쓰리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3월말 혹은 4월초 개막에 맞춰 차근차근 몸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WBC에 맞춰 한 달 가량 페이스가 빨라지면 시즌 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류현진 정도를 제외하고 과거 대표팀에 승선한 투수들은 정작 시즌 중에 제 활약을 못하고 부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표팀 승선은 영광스러운 자리고, 선수들도 선발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삼성과 KIA의 경우는 그저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