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스플릿시스템의 빛과 그림자

 ‘스플릿시스템’이 K리그 르네상스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완해야할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K리그 30라운드가 열린 지난 26일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이 온통 인천, 대구, 경남, 성남 등 중위권 팀에 쏠렸다. 서울, 전북의 선두싸움보다 상위리그 막차인 8위를 두고 경쟁하는 4팀이 팬들의 입에 더 오르내렸다. 그만큼 또 다른 재미를 줬고, 팀들의 경기력도 향상됐다. 그러나 너무 빡빡한 일정에 선수들이 허덕이고 있다. 스플릿시스템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알아보자.

▲ K리그의 짜릿함을 더하다 = K리그 30라운드가 종료되는 순간 모든 관심은 시·도민구단 경남이었다. 경남은 이날 광주와 치른 경기에서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8위에 올라 상위리그인 A그룹 막차행 티켓을 끊었다. 경기장은 찾은 팬들도 각자의 휴대폰을 통해 타구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8위 싸움의 향방에 관심을 쏟았다. 8위 싸움이 리그 전체의 경기력과 긴장감을 높였다.

 최용수(서울), 김호곤(울산), 김봉길(인천) 감독은 “리그 흥행을 위해 좋은 제도”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K리그 유일의 외국인 감독 모아시르 대구 감독도 “짧은 역사를 가진 K리그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연맹에서 정말 잘 준비한 것”이라며 “흥미, 경기력, 관중 등 3대증가 효과를 동시에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구는 30라운드 현재까지 전년대비 50.89%나 평균 관중수가 늘었다. 또한 A그룹 진입 각축을 펼쳤던 인천의 지난 30라운드 홈경기에 1만4033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올 시즌 평균 관중(4703명)의 3배가 넘는 수치다. 

▲ 흥미진진 상위리그…그러나 하위리그는 어떡하지? =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눠 홈&어웨이로 진행되는 잔여 리그는 팀당 14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서울-수원의 ‘슈퍼매치’, 전북-울산의 ‘현대家더비’ 등은 팬들의 환영을 받는다. 하지만 걱정은 B그룹이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우리가 강등권에 가야지 그나마 관심을 가질 것 같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목표의식이 사라진 상태에서 14경기나 더 해야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B그룹에 주로 속한 시·도민 구단의 관계자들도 “의미 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며 “관중 수 감소도 걱정되고, 구단 재정도 걱정이다”이라고 밝혔다. K리그 스플릿시스템의 모태가 된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A·B그룹으로 나눈 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홈&어웨이 추첨으로 팀당 단 한 경기만 치른다. 

▲ 살인일정에 지친 선수들 = 살인적인 일정도 문제다. 유럽리그 팀들은 한 시즌당 40∼50경기를 치른다. FA컵이나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 포함이다. 하지만 K리그는 정규리그만 44경기다. 현재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챔스리그) 8강과 FA컵 준결승에 올라 있는 울산은 57경기를 치러야한다. ACL챔스리그와 FA컵 모두 결승에 오른다면 61경기다. 특히 ACL챔스리그는 중동이나 호주까지 오가기 때문에 선수들의 부담감은 더욱 크다.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강등제 도입을 앞둔 K리그의 스플릿시스템은 분명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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