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불가에서는 하안거(夏安倨) 중이다 초파일이 지난 후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가 그 기간인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이나 일본의 승가에서는 일년에 두차례 스님들의 안거가 있다 하안거 동안거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안거의 기원은 부처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통적인 안거는 원래 인도라는 나라의 기후 특성상 이 때가 우기에 해당하는 지라 덥고 습하기도 했지만 여름이 시작될 무렵 비가 엄청나게 오니 이런 우기에는 출가자들의 탁발에도 무리가 따랐고 비를 피하느라 본의 아니게 벌레나 짐승들을 해할 우려도 있었으며 습한지라 질병도 창궐할 수 있었으니 비를 가리는 일정한 장소에서 아예 명상과 수행정진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연적 필연성이 생기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으신 바로 다음 해부터 출가수행자들과 함께 행하셨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불가의 전통이 되어오고 있다
이러한 전통이 중국으로 불교가 전래되면서 승가의 자연스런 전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인데 동북아 지역은 더운 한 여름 뿐만 아니라 겨울 또한 혹독한 추위로 탁발수행이 어려우니 아예 출입을 삼가고 승가대중이 함께 묵언의 명상과 수행정진에 매진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선불교가 중국이나 한국의 전통불교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하안거 동안거는 승가의 중요한 행사이자 의미가 되어오고 있으며 스님들은 스님들대로 깨침을 위한 매진의 장이요 일반 재가불자들에게는 깨달음을 얻으신 훌륭한 스님들의 출현을 위해 다함없는 공양을 일심으로 함께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안거를 수행하는 스님들만의 안거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과거 부처님 시대에는 출가자들이나 재가자들이나 각각 생활방식만 달랐을 뿐 수행의 방법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열망 또한 다를 바가 없었기에 재가자는 재가자로서 오계를 지키면서 출가자들은 출가자로서의 계를 지키면서 해탈의 길에 매진했던 것이며 나중 사후의 세계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의 깨침과 행을 중시했던 것이다 화엄경에서도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온갖 사람을 마주치지만 결론적으로 얻은 것은 출가한 승려나 백정이나 창녀 장사치 모두를 망라해 깨달음을 얻지 못할 자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안거는 절에서만 행해지는 스님들만의 안거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재가불자들도 스님들의 안거의 강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각자의 근기에 맞는 삶과 생각의 수행이 이뤄진다면 우리 재가자 역시 안거를 지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최소한 나의 업장 중에 평소 고치고 싶었던 습(習)이 있었다면 이번 하안거 때에는 이 습을 개선하기 위한 기도와 노력을 병행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평소 남에 대한 불펼불만을 습관적으로 하던 사람이라면 일단은 원인이 누구에게 있던 불평불만 자제하기!를 목표로 하안거기간 동안 의식적으로 노력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을 의식적으로 참다보면 신기하게 그 마음이 가라앉는다 불평의 횟수도 줄어든다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불자다 출가 스님들처럼 참선정진을 통한 깨달음은 어려울 수 있어도 생활 속의 안거기도 참여를 통해 생활 속에서 우리의 잘못된 습을 조금씩은 고쳐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마음이 원만하게 자라나게 된다 바로 마음챙김이 조금씩 되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돈오돈수(頓悟頓修)는 아니어도 생활 속의 돈오점수(頓悟漸修)를 이뤄갈 수 있다 우리 재가불자들도 이번 하안거를 생활 속의 하안거로 참여해보면 어떨까?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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