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영화 ‘파수꾼’ ‘고지전’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올해 400만 관객수를 넘어선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첫사랑에 몸살을 앓는 청춘을 섬세하게 묘사했고, SBS 드라마 ‘패션왕’에서는 욕망에 불타는 사랑을 표현하며 극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정재혁 역을 맡아 고민도 많이 했고, 표현하기 쉽지 않았어요. 정재혁은 성공에 대한 욕망도 크면서 사랑에 대해서도 크게 갈등하는 캐릭터죠. 그래서 연기자로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어요. 연기할 때 가장 신경쓴 부분이요? 각각의 인물들을 상대하는 정재혁의 모습이 각자 다 다르게 비춰지길 원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어느 작품보다 더 집중하려고 했죠. 제가 이해하지 못하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해서요.”
‘패션왕’의 결말은 충격적 새드엔딩이었다. 가영(신세경)에게 전화를 건 영걸(유아인)은 눈물을 흘리며 보고싶다고 말하지만 그 순간 등장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그런데 유아인이 총에 맞은 순간 신세경의 묘한 표정 때문에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런 파격적 결말을 이제훈은 어떻게 보았을까?
“이렇게 뜨거운 반응일 줄 몰랐죠. 저희는 원하는 것에 집착하고 욕망하는 것에 대한 덧없음을 결말에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욕망의 끝은 허망함이라는 뉘앙스나 느낌이요. 사실 ‘영걸을 누가 죽였느냐’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복선이 있는 대본도 있었고 촬영도 다 했었어요. 러닝타임이 길어지는 바람에 편집과정에서 약간 덜어내게 됐어요. 시청자 분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거죠. 그만큼 결말에 대한 추측을 시청자에게 맡기고 싶어요.”
이제훈은 최근 휴식 없이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패션왕’ 말고도 ‘건축학개론’과 올 하반기 개봉예정인 ‘점쟁이들’까지 동시에 세 작품을 소화했던 것. 이제훈을 보고싶은 대중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나 배우 본인에게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이제훈은 올 추석께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개봉을 앞둔 영화 ‘점쟁이들’에서 공학박사 출신의 엘리트 퇴마사 역에 도전했다. 앞으로 액션, 스릴러 등 해보고 싶은 장르가 너무 많다며 눈을 반짝인 이제훈의 청춘은 빛나고 있다.
글 최정아, 사진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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